중국, 경제 성장률 5% 못 넘고 주저앉나

손진석 기자 2022. 1. 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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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중국 성장률 5.6%에서 4.8%로 내려..수출 4분의1 중국에 의지하는 한국 경제에 타격 불가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수도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다보스 어젠다 2022'에 참가해 연설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26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 소호(SOHO) 앞. 호텔·음식점·쇼핑몰이 밀집한 이 지역에 점심 시간을 맞아 시민들이 긴 줄을 섰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었다. 베이징에서 전날 19명이 새로 코로나에 감염되자 유명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있던 자리에 흰 천막으로 만든 코로나 검사소가 들어섰다. 한 상인은 “건물 3~4층에는 빈 점포가 많다”며 “요즘 사람이 몰리는 곳은 코로나 검사소뿐”이라고 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내수의 타격을 감수하는 현장이다. 요즘 중국 주요도시에서 흔히 벌어지는 장면이다.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성장을 견인하던 부동산 투자와 민간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 강력한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올해 중국이 경제 성장률 5%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 분야 국제기구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이 4%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MF 올해 중국 성장률 5.6%에서 4.8%로 하향 조정

국제통화기금(IMF)은 25일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3개월만에 0.8%포인트나 낮췄다. IMF는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충격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는 좀 더 냉정하다. 씨티은행과 JP모건체이스는 4.7%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은 4.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도 성장률 목표치를 낮춰 잡고 있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30개 성·시 가운데 허난, 간쑤, 시짱(티베트)만 제외하고 27곳이 작년 성장률보다 낮은 성장 목표치를 제시했다. 전국 31개 성·시 중에서 톈진만 아직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중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지방인 광둥성은 지난해 8% 성장했지만 올해 목표치는 5.5% 전후를 제시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많은 산둥성, 장쑤성, 저장성도 올해 목표치로 5.5~6% 이상을 제시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은 7%에 턱걸이했지만 이후 6.8%(2018년), 6.1%(2019년)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덮친 2020년은 2.2%로 뚝 떨어졌다가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1년에 8.1% 성장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0~2021년 평균 성장률이 5.1%였다고 했다. 즉, 2018~2019년은 6%대, 2020~2021년은 5%대였고 올해는 4%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은 올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10년 임기’ 관례를 깨고 당 총서기를 3연임할 예정이다. 장기 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5% 성장률 사수가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바오류(保六·6% 성장률 유지)’가 무너진 데 이어 ‘바오우(保五·5% 성장률 유지)’까지 위태로워졌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중국 국가통계국

◇ ‘제로 코로나’로 소비 심리 급랭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맨 먼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들 수 있다. 다음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은 봉쇄와 이동 금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외식업·숙박업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민간 소매 판매는 전년도 같은달 대비 불과 1.7% 성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IT 기업에 강한 규제를 가하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칼을 뽑아든 것도 역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과거에는 당국이 부동산 업체에 거액을 빌려주고 개발 사업을 벌이게 해서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더 이상 이런 치료법을 밀고 나가기가 어렵다. ‘제2의 헝다(恒大)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시장이 동요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건설사들이 자금 압박, 수요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짓던 건물을 폭파해 버리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개발용으로 불하받은 토지 면적이 전년보다 15.5% 줄어들었는데, 상당 기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 4분의1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타격 불가피

중국 경제 확장세가 위축되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해외에서는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연동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도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며 “처음에는 교역을 중심으로 실물 부문이 타격을 받고 금융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병목이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단기적 장애물을 극복한 이후에도 한국 경제는 ‘중국발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중국의 인구 증가세가 정점에 도달했고, 그에 따라 중국 시장의 성장세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뚜렷한 중국에서는 지난해 출생아가 1062만명으로서 대기근 시절인 1961년 이후 60년만에 가장 적었다. 이 때문에 작년 중국 인구는 겨우 4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올해는 총인구가 줄어드는 원년이 될 확률이 다분하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 향상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성장률 5% 사수 총력전 벌일 듯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 의지를 다지고 있다. 5%대 성장률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두달 연속 인하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적어도 4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공간이 좁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뛰어 내수에 타격을 입게 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관광·음식·소비 등 서비스업은 고용이 많고 특히 어려움이 있다”며 “강력하고 효과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중국의 내수가 저조한 현상이 상반기 내내 진행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5%를 못 넘길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가 점점 원숙기로 접어들면서 구조적으로 과거처럼 고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5% 성장에 못 미치더라도 그 자체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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