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지침없이 처벌로 겁줘..中企는 한국서 사업말라는 건가"
창원 등 제조현장 멈췄다
정부, 다그치기식 법시행에
"의무사항 이행 어렵다"
中企 경영인 절반넘게 난색
"해외로 공장 옮기거나
바지사장 늘어날것" 우려도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
면책규정 등 입법보완 필요
◆ 중대재해법 27일 시행 ◆
특히 중소기업은 사업부별로 임원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기업 오너 겸 대표이사 한 명이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관할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구속될 경우 기업 경영이 아예 '올스톱'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중기업계에선 법안의 초점을 '사후 처벌'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꾸고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영인에 대해선 사고 발생 시에도 면책특권을 주는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한 2차전지 업체는 현재 대표이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사실상 '부재중'인 상황에 놓였다. 만약 이 회사가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됐다면 대표가 구속돼 형사책임(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까지 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의 공백이 경영에 미치는 타격이 대기업에 비해 훨씬 치명적이라는 입장이다. 경기 시화공단에 위치한 한 화학소재업체 관계자는 "만에 하나 불의의 사고로 오너가 형사책임을 뒤집어쓰고 장시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영업 전반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영자에게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묻는다면 관할 공무원이나 장관은 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가"라며 "사고가 정말 우려된다면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 규정을 기존보다 철저히 강화하고 이를 정부가 자주 점검해 경영자가 위반했을 때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법안 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준비하려 해도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경영인들도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절반 이상(53.7%)은 시행일에 맞춘 준비(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소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법안이 구체적으로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중대재해법에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해방지대책 수립 등과 같은 의무사항이 있지만 항목별로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라는 식의 표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업종이나 사업장마다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표준'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스스로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수십억 원의 컨설팅 비용을 들여 대형 로펌 등에 법률 컨설팅을 맡기고 있지만 중기 입장에선 이 같은 여력도 없어 막연하게 안전교육 정도만 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호석 한국탱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아직도 뭘 준비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라 헬멧 착용 강조 정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되는 2024년까지 조합 차원에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인데 이 또한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영자 못지않게 근로자들의 안전의식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동해의 한 시멘트 제조업체 대표는 "아무리 회사 차원에서 안전을 강조해도 한국 특유의 요령껏 '빨리빨리' 하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건·사고가 줄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는 면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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