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뛰어넘은 인류애".. 도쿄 신오쿠보에서 열린 故 이수현 21주기 추도식

최진주 2022. 1.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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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일 관계는 좋았다 나빴다 요동을 칩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서로 근거 없이 비난하고, 과장되고 거짓된 정보를 퍼뜨립니다. 한일 양국 국민들은 서로에 대해 오해하고 악감정을 갖게 됩니다. 고인이 바란 한일 관계가 이런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들을 내려다보면서 지금 상황을 한탄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 윤준영 회장이 26일 오후 2시 도쿄 신주쿠구 소재 한류 공연장 'K-Stage O!'에서 열린 '제21주기 신오쿠보역 전락사고 추도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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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수현씨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지 21주기인 26일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가 일본 도쿄 JR신오쿠보역에 설치된 추모 동판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한일 매체 20여 곳이 취재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오늘날 한일 관계는 좋았다 나빴다 요동을 칩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서로 근거 없이 비난하고, 과장되고 거짓된 정보를 퍼뜨립니다. 한일 양국 국민들은 서로에 대해 오해하고 악감정을 갖게 됩니다. 고인이 바란 한일 관계가 이런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들을 내려다보면서 지금 상황을 한탄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 윤준영 회장이 26일 오후 2시 도쿄 신주쿠구 소재 한류 공연장 ‘K-Stage O!’에서 열린 ‘제21주기 신오쿠보역 전락사고 추도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문을 낭독했다. 21년 전 전철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 이수현(1974∼2001)씨 추모 행사 내내 참석자들은 고인의 희생정신과 함께 생전 ‘한일 가교’ 역할을 하고자 했던 뜻을 기리고, 한일관계가 개선되길 기원했다.

고 이수현씨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지 21주기인 26일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등이 일본 도쿄 JR신오쿠보역 3번 플랫폼에서 이씨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음악 연주와 영화 상영을 더한 ‘추모 문화제’ 형식의 이번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규모가 축소돼 실시됐다. 사단법인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오영석 명예회장이 개회사를 했고, 가토리 요시노리 LSH아시아장학회 회장, 아라이 도키요시 학교법인 아라이학원 아카몬카이일본어학교 이사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일면식도 없는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보여준 26세의 평범한 한국인 청년이 발휘한 희생정신에는 국경을 뛰어넘는 숭고한 마음이 담겨 있다”며 이씨를 추모했다. 이어 “이씨가 보여준 사랑을 되새겨 한일 양국 국민이 손을 잡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로 진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강 대사는 이날 앞서 오후 1시 30분쯤에는 사고 현장인 도쿄 JR신오쿠보역 3번 플랫폼을 직접 찾아 묵념하고 역사 벽에 설치된 추모 동판에 헌화했다.

고 이수현씨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지 21주기인 26일 도쿄의 한류공연장 'K-Stage O!'에서 '제21주기 신오쿠보역 전락사고 추도식'이 열렸다. 이씨의 모친 신윤찬씨가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규제로 방문하지 못해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부산에 거주하는 이씨의 모친 신윤찬씨도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규제로 도쿄를 방문하지 못해 2년째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신씨는 “아들 수현이와 영원히 이별했던 1월은 가장 가슴 아픈 달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설레는 달이 됐다”며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한일 양국의 우호를 절실히 바랐던 수현이의 유지를 계승해 가는 일에 찬동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 이수현씨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지 21주기인 26일 도쿄의 한류공연장 'K-Stage O!'에서 '제21주기 신오쿠보역 전락사고 추도식'이 열렸다. 추도식장에 이씨의 사진이 놓여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이씨는 2001년 1월 26일 금요일 오후 7시 15분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신오쿠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보고 뛰어내렸다. 현장에 있던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씨도 취객을 구하고자 함께 선로로 내려갔지만 열차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3명 모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감동을 줬다. 이후 LSH아시아장학회가 설립돼 지금까지 매년 일본 학교에 재학 중인 각국의 유학생 1,0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일본 도쿄 JR신오쿠보역의 벽에 설치된 고 이수현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새겨진 동판. 도쿄=최진주 특파원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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