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 아이파크, 감리보고서 4번 연속 양호에도 '와르르'
[경향신문]
작년 12월31일까지 ‘아무 문제 없다’ 평가
붕괴 원인 지목된 ‘역보’ 내용은 아예 빠져
“날짜·장소 등 보고서 허술”…부실 감리 의혹
“공정관리·시공관리·품질관리·안전관리 등이 보통 이상의 평가 기준으로 양호하다고 사료됨.”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지만 감리업체는 보고서 종합평가 항목에 단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양호하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 시공에 이어 부실 감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26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 갑)을 통해 관할 구청에 분기별로 제출된 사고 현장 감리보고서 전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지상 층 건축공사가 본격 시작된 2021년 제출된 4번의 감리보고서다. 감리업체는 이 보고서에서 4차례 모두 ‘양호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31일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평가를 받은 화정 아이파크는 그러나 지난 11일 39층 슬래브(바닥)에 대한 콘크리트 타설 도중 23층까지 연쇄적으로 붕괴했다.
붕괴된 201동의 4분기 감리보고서 ‘건축검측대장’을 보면 10월1일 28층 바닥을 시작으로 12월31일 38층위에 있는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 벽체까지 공사가 진행됐는데 27번의 검측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감리가 PIT층 벽체 거푸집과 철근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12월31일, PIT층 바닥에는 붕괴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역T자형 옹벽(역보)’이 설치됐다. 콘크리트로만 시공돼 무게가 40∼5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역보는 붕괴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감리보고서에는 이 같은 공사 내용이 아예 빠져있다.
붕괴현장을 살펴본 건축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품질에도 의심을 품고 있지만 감리보고서에서는 단 한건의 문제도 없는 것으로 기록됐다. ‘굳지 아니한 콘크리트’에 대해 압축강도·슬럼프·공기량·염화물 함유량 등 244번의 시험을 진행했지만 불합격은 없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 노출된 철근들을 보면 살이 잘 발라진 생선가시처럼 아예 콘크리트가 붙어있지 않은 지점이 많다.
감리보고서에 첨부된 현장 사진에 철근이 피복도 없이 노출돼 있기도 했다. 이럴 경우 철근에 거푸집을 떼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박리제가 달라붙어 콘크리트와의 부착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데도 감리보고서의 ‘부실시공 내용 및 조치사항’은 비어있었다.
201동에서는 층수를 올리면서 아래층 내부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12월31일까지 201동에서는 25층까지 벽돌을 쌓는 조적과 방수, 미장공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30층에서는 외부 창호 설치 공사가 이뤄졌다. 사고 당시에는 이보다 더 높은 층에서 공사가 진행돼 28∼34층 사이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6명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20년 동안 아파트 공사 현장 감리를 해 온 박상호 건축사는 “첨부된 현장 사진에 날자와 장소도 적혀 있지 않는 등 허술하게 작성된 정황이 보여 전체적으로 감리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하청업체는)감리와 현대산업개발이 허가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무조건 감리와 시공사 책임”이라며 감리 3명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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