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한국영화 '해적' - '킹메이커' 격돌.. 주역 4인의 출사표

기자 2022. 1. 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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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을 맞아 오랜만에 굵직한 한국 영화 두 편이 격돌한다. ‘유쾌한 난장판’으로 가족 단위 관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과 대선 국면과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는 ‘치열한 선거판’ 속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다. 26일 개봉을 앞두고 각각 예매율 50.1%, 25.3%(26일 오전 8시 기준)로 1, 2위를 기록 중인 두 영화의 주역인 강하늘·한효주와 설경구·이선균의 출사표를 들어봤다.

강하늘 “재밌는 일투성이… 액션도 즐겨”

- 무치役 강하늘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인물”

“세상은 재미있는 일투성이…즐기고 싶다.”

강하늘은 데뷔 이후 한결같은 배우로 통한다. 그를 처음 본 게 2011년 1월 이준익 감독의 영화 ‘평양성’을 개봉하기 직전이다. 당돌한 신인배우로 인터뷰했다. 21세의 이 신인은 현장에서 하늘 같은 감독에게 겁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건방져 보이면 어쩌나 했지만 막상 말하고 나니 홀가분했다”며 웃었다.

스크린 데뷔 후 벌써 12년, 최고의 흥행배우로 거듭났지만 강하늘은 여전히 그때처럼 천진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배우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늘 유쾌하다. “아마도 군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매우 생산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가는 게 그리 대단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재미있게 촬영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 지금 저의 목표가 바로 그것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고려제일검’이라고 우기는 무치 캐릭터를 맡아 강하늘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동백꽃 필 무렵’의 순박한 시골 경찰 용식, ‘동주’의 고뇌에 빠진 철인 윤동주와는 전혀 다른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인물로 천연덕스럽게 변신했다.

“2주마다 파마를 해야 하는 게 번거로웠지만 한효주 누나, 권상우 형과의 연기 호흡이 너무 즐거웠다. 효주 누나는 액션스쿨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더라. 대단하다고 느꼈다. 상우 형과의 액션은 뭔가 고수에게 한 수 배우는 느낌이었다.”

착한 남자 스트레스는 없냐는 질문에 강하늘은 더욱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착하지가 않다. 그냥 저로 인해 얼굴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아침마다 멍 때리기를 하는데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다. 오늘의 삶을 사는 데 원동력이 된다. 하하.”

한효주 “검술·와이어 ‘잘한다’ 듣고싶어”

- 해랑役 한효주

“내게 이런저런 색 칠하는 중”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설 대목을 겨냥한 ‘해적: 도깨비 깃발’의 주인공 해랑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의 출사표다. 그는 극 중 해적 단주 해랑 역을 맡아 고난도 액션 장면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액션 연기는 첫 도전이었음에도 줄을 타고 검을 부리는 한효주의 유려한 몸짓이 인상적이다. 해적 단원을 휘어잡는 발성 역시 발군이다.

“검술, 와이어, 수중 액션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잘한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액션 연기가 어색하지 않고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려 했다. 발성은 여태껏 한 번도 들려드리지 못한 톤이다. 원래 목소리가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목소리 훈련도 받고, 출근길에는 항상 발성 연습을 했다. 그 덕분에 자신감이 쌓이고 실제 목소리도 더 커졌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지난 2014년 개봉돼 866만 관객을 모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이다. 콘셉트 외에는 스토리와 출연 배우 모두가 바뀌어 신작이나 다름없다. 2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오랜만에 극장에 걸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쾌한 연출이 돋보이는, ‘큰 스크린으로 볼 맛 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공개된 ‘해피니스’에 출연했던 한효주 역시 4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라 기대가 크다.

“선배들의 앞걸음이 제가 따라갈 수 있는 뒷걸음이 됐다. 요즘 OTT가 다양해지면서 작품도 많아지고 글로벌이 무대가 됐다. 성패에 상관없이 더 많은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대 때는 무작정 최선을 다했는데, 항상 급했다. 이제는 내게 이런 색, 저런 색을 칠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더 강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경구 “前대통령 모티브… 부담감 컸죠”

- 김운범役 설경구

“흉내 안 내고 내 식대로 풀어”

“빛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그림자, ‘킹메이커’의 포인트입니다.”

배우 설경구는 영화 ‘킹메이커’를 이렇게 설명했다. 킹이 되려는, 김운범(설경구). 그리고 김운범을 킹으로 만들려는 킹메이커 서창대(이선균). 정치를 통해 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신념은 같지만, 이를 이루기 위한 방식은 사뭇 다른 두 사람은 같은 뜻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김운범 역을 맡은 설경구는 스스로를 “큰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라고 규정한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빛과 그림자다. 캐릭터와 조명의 대조로 이를 표현했다. ‘킹메이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제가 맡은 역할은 큰 판을 깔아주는 것이었다. 흔들리면 안 되고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캐릭터였고, 그 안에서 이선균이 복잡한 감정놀음을 해야 했다.”

‘킹메이커’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판의 여우’라 불렸던 엄창록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설경구는 처음에는 김운범 캐릭터가 부담스러워 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한당’ 때 믿음을 준 변성현 감독의 설득으로 이 역을 맡게 됐다. ‘연기 9단’인 그가 디테일하게 직조한 김운범의 모습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아른거린다. 특히 연설하는 장면은 백미다.

“‘서창대 역을 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변 감독이 흔들리지 않더라. 다른 배우를 추천해도 꿈쩍도 안 했다. 대본에는 이름이 ‘김대중’으로 돼 있었는데, 이름을 바꾸고 나니 부담감이 조금 덜하더라. 모티브가 된 인물이 많은 존경을 받은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그 시대 자료들을 봤다. 동영상 참고 자료는 많지 않았는데 연설하는 영상을 잠깐 봤다. 많이 보면 스스로 풀어내지 못하고 ‘흉내 내기’밖에 되지 못할 거 같아서. 내 식대로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중에 후시 녹음도 하고 합성도 하고 톤 조절을 하면서 찍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다.”

이선균 “자료없어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

- 서창대役 이선균

“동선 잘 짜려 리허설 많이 해”

“자료가 없어서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배우 이선균이 ‘킹메이커’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한 소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와 중요 선거에서 수차례 당선을 끌어낸 엄창록, 그는 이 영화에서 이선균을 통해 ‘서창대’로 재탄생됐다. 군부정권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김 전 대통령과 의기투합했으나, 그 방법론이 다르기에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다.

“엄창록이란 분을 몰랐다. 감독님께 들은 게 거의 전부였다. 자료가 거의 없어 난감했는데, 좀 지나니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되더라. 아는 게 없으니 서창대라는 인물에 자유롭게 색을 입힐 수 있었다. 이 인물을 좀 더 구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면을 넣자고 감독님께 건의하기도 했다.(실제로 엄창록은 이북 출신이다)”

서창대는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킹’이 될 수 없었던 서창대는 항상 김운범(설경구)의 그림자로 살았다. 이선균은 이렇듯 김운범을 존경하면서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서창대가 가진 애환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서창대가 빛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동선을 정말 잘 짜야 했고, 동선을 맞추는 리허설도 많았다”고 말했다.

선거를 소재로 다룬 ‘킹메이커’는 공교롭게도 대선을 불과 40일 앞둔 시점에 개봉한다. 이런 환경이 영화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이선균은 이런 시선을 경계한다.

“정치 영화가 아니다. 치열한 선거판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관람하면 ‘정치색’을 강조한 영화가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이런 관심이 영화나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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