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아 사태, 왜 유독 Z세대가 분노했을까 [이슈&톡]

김지현 기자 2022. 1. 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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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한 여름밤의 꿈인 듯 순식간에 얻은 인기가 사라지는 시간은 물거품이 꺼지는 것처럼 짧았다. 유튜버 송지아(프리지아)가 가품, 이른바 짝퉁 논란이 불거진 지 9일 만에 운영 중인 모든 채널을 폐쇄했다. 사실상 활동 중단이다. 송지아는 거듭 사과의 말을 전하며 가족에게 만큼은 비난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달콤한 관심이 독이 된 셈이다.

불과 2달 전까지 송지아는 평범한 일반인에 가까웠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이 지난해 말 공개되기 전 유튜브 채널 프리지아의 구독자수는 58만 명가량에 그쳤다. 송지아는 가장 돋보이는 출연자였고 콘텐츠의 파급력 덕에 구독자수는 순식간에 200만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수 역시 인기 아이돌 멤버도 달성하기 힘들다는 370만 고지에 올랐다.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구독자, 팔로워수가 상승한 경우는 전례가 드물다.

사람들은 송지아의 무엇에 끌렸던 것일까. 송지아의 팬층은 주로 Z세대로 구성돼 있다. 20 중심의 이들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프리지아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송지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돼 있었고, 그것은 겨우내 돈을 모아야 브랜드를 살 수 있는 평범한 자신들과 달라보였을 것이다. 또 흠 잡을 데 없는 아름다운 미모까지 타인에게 보여지는 일상을 중요히 여기는 'SNS 생태계'에서 나고 자란 Z세대들에게 송지아는 롤모델로 삼기 좋은 인물이었다. 게다가 소수의 스타와 상류층들만 산다는 성수동 트리마제가 집이라니 송지아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건 필연으로 보였다.

송지아도 팬층의 지지 기반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여유 있게 자란 편이라고 밝히며 금수저 타이틀을 이끌어 냈고, 입고 들고 착용하는 모든 것을 명품으로 치장하며 이를 매일 SNS에 게재했다. 고가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팬덤수도 늘어갔다. 뉴미디어 플랫폼이 마케팅 시장을 주도하는 요즘 팬덤의 숫자가 한 눈에 표기되는 구독자, 팔로워수는 몸값 책정의 지표가 된다.

매일 구독자수를 경신하는 송지아의 섭외비는 연예계에도 소문날 정도로 큰 화제였다. 광고주들이 인스타 사진 1장당 3천만 원을 요구하는 효원CNC(현 송지아 소속사)의 조건을 들어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B급 연예인을 섭외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럼에도 송지아의 SNS는 광고로 채워졌고,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도 늘기 시작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진출을 염두했던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송지아가 홍보를 맡은 광고주들과 무관한 타 브랜드의 상품들 역시 주기적으로 올렸다는 점이다. 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 상품들을 착용한 일상 콘텐츠다. 송지아는 가품을 구매해서라도 프리지아라는 인물이 명품 브랜드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스타일 워너비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그의 소통 채널들이 전략적으로 운영됐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송지아에게 열광한 이도 돌아선 이도 Z세대다. 자신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았던 송지아의 모든 것이 ‘가짜’라고 의심되는 순간 팬심은 분노로 바뀌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송지아를 찾아 ‘이것도 가짜냐’고 묻기 시작했다. 사실 질문이라기 보다는 조롱에 가까운 반응들이다.

Z세대들은 왜 유독 송지아에게 분노하는 것일까. 이들은 사회적 화두인 ‘공정’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이는 존재들이다. Z세대가 공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철저히 불공정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Z세대에게 SNS 계정을 운영하고, 유튜브 브이로그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과 중 하나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이 채널들을 통해 이들 중 누군가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평범한 직장인은 만질수없는 큰 돈을 손에 쥔다. Z세대에게 인스타와 유튜브는 휴대폰처럼 흔한 일상적 도구인 동시에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이 환경은 Z세대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니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공정하지 않은 탓이다. 아직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꿈을 이루려면, (송지아와 같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지금 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아야 하고, 한달 월급 보다 비싼 가방과 옷을 구매해야 한다. 명품을 갖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강박과 불안이 이들의 심리 안에 숨겨져 있다.

송지아를 향한 Z세대들의 태도에는 이처럼 동경과 분노가 한 몸처럼 뒤섞여 있다. Z세대들에게 분노란 하나의 무기다. 이들은 잘 안다. 프리지아라는 성이 화려한 궁전으로 더 커질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의 구독과 팔로우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언제든지 분노로 그 궁전을 허물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같은 Z세대의 집단적 분노 표출은 존재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보인다. 물론 송지아는 잘못했다. 가품으로 이미지를 형성하고, 거짓으로 수익을 추구했으니 화를 낼 법도 하다. 소속사의 해명 과정도 비겁하게 보일 정도로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Z세대가 여전히 프리지아를 ‘구독 중’이라는 사실이다. 채널 폐쇄 후에도 프리지아가 운영 중인 모든 채널의 구독자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분노에도 불구, 관심을 멈추지 못하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들이 송지아에 대한 분노를 다소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했던 건 가질 수 없는 걸 가지라고 강요하는 현실을 서글퍼하는 불안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송지아 | 프리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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