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강이슬-신지현, 하나원큐 '슬픈' 에이스 계보

양형석 입력 2022. 1. 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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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 여자프로농구] 김정은·강이슬 놓친 하나원큐, 신지현 붙잡을 수 있을까

[양형석 기자]

작년 10월 24일에 개막했던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도 어느덧 팀당 5~6경기만을 남겨두며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24경기에서 23승을 따낸 KB스타즈가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김단비가 부상으로 빠진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3연패를 당하며 2위 경쟁은 우리은행 우리원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그나마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BNK 썸의 봄 농구 막차 티켓 싸움이 시즌 막판의 마지막 볼거리.

반면에 정규리그 5라운드까지 25경기에서 단 4승을 올리는데 그친 6위 하나원큐는 5위 BNK에게도 3.5경기나 뒤져 있어 이번 시즌 최하위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아무리 시즌 막판이라 해도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연승이 없었던 하나원큐가 6라운드에서 갑자기 연승행진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렇다고 아직 4위의 희망이 남아 있는 BNK가 6라운드에서 갑작스럽게 시즌을 포기하며 3.5경기를 따라 잡히는 것도 쉽지 않다. 

사실 하나원큐의 부진한 성적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강이슬(KB)을 붙잡지 못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뚜렷한 전력보강 없이 대표팀에서도 주전슈터로 활약하는 절대적 존재감을 가진 에이스를 붙잡지 못했으니 사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돌이켜 보면 하나원큐는 신세계 쿨캣 시절부터 언제나 걸출한 에이스를 거느리고도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11년 만에 감격의 첫 챔프전, 기록 삭제 수모
 
 WKBL 최고의 득점기계였던 김정은은 2017년 승리와 우승을 위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고교시절부터 온양여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여자농구의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김정은(우리은행)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원큐의 전신인 신세계 쿨캣에 지명됐다. 스몰 포워드부터 센터까지 소화가 가능할 정도로 외곽과 골밑 플레이에 모두 능하고 마치 남자 선수들처럼 한 손으로 슛을 던지는 원핸드 슛은 그 시절 김정은의 전매특허였다(지금은 꽤 많은 여자선수들이 원핸드 슛을 던진다).

김정은은 입단하자마자 신인왕에 오르며 단숨에 신세계의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안타깝게도 2000년대 중반 신세계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약 팀이었다. 김정은은 2010-2011 시즌과 2011-2012 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에 오르면서 리그 최고의 포워드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원맨팀에 가까웠던 신세계는 4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하는 게 고작이었고 김정은은 강 팀들 사이에서 더욱 외롭게 고립되고 말았다.

그렇게 최고의 실력으로도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 놓지 못한 김정은은 2015-2016 시즌 198cm의 신장을 가진 귀화혼혈선수 첼시 리가 가세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다. 김정은은 플레이오프에서 KB를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후 감격에 겨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던 첼시 리가 공문서를 위조해 WKBL에서 뛰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하나은행은 2015-2016 시즌 기록이 모두 삭제됐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어렵게 올라간 챔프전 기록이 통째로 삭제 당한 김정은은 2016-2017 시즌 부상으로 16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당시 최강으로 군림하던 우리은행은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던 김정은을 과감하게 영입했고 김정은은 우리은행 이적 첫 시즌 34경기에 출전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적 첫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된 김정은은 약체팀 에이스에서 겪었던 설움을 한 번에 날렸다.

국가대표 주전 슈터, 승리 찾아 떠났다
 
 국가대표 주전슈터 강이슬은 하나원큐에서 활약한 9시즌 동안 '공식적으로' 봄 농구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김정은이라는 리그 최고의 득점원을 거느리고도 하위권을 전전하던 하나외환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정은과 짝이 될 수 있는 삼천포여고의 장신슈터 유망주 강이슬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강이슬은 김정은만큼 공격기술이 다양한 선수는 아니지만 180cm의 좋은 신장과 함께 길고 정확한 슛거리가 장점인 선수였다. 강이슬은 고교 3학년 때 김한비, 김이슬(하나원큐)과 함께 삼천포여고를 전국대회 4관왕으로 이끌었다.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적응기간을 가졌던 강이슬은 주전으로 도약한 3년 차 시즌 11.34득점과 함께 47%라는 높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김정은의 뒤를 이을 하나원큐의 젊은 에이스로 떠올랐다. 비록 2015-2016 시즌에는 8.97득점 2점슛 성공률 28%에 그치며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하나원큐의 에이스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WKBL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강이슬은 첼시 리 사태로 기록이 삭제된 2015-2016 시즌을 제외하면 하나원큐에서 '공식적으로' 봄 농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김정은으로부터 '약체팀 에이스' 자리를 물려 받은 강이슬은 매 시즌 좋은 개인성적을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슈터로 활약하면서도 다른 팀이 우승을 다툴 때 항상 원치 않은 휴가기간을 보내야 했다. 심지어 3위를 기록했던 2019-2020 시즌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플레이오프가 취소되기도 했다.

강이슬은 지난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18.19득점7.12리바운드2.4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하나원큐의 승리를 위해 그야말로 온 몸을 불살랐다. 하지만 강이슬의 투혼에도 하나원큐는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고 이에 지친 강이슬은 작년 4월 3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우승후보 KB로 이적했다. 그리고 KB에서 국보센터 박지수와 콤비를 이룬 강이슬은 이적 첫 시즌부터 단 24경기 만에 생애 첫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예비FA' 신지현은 과연 하나원큐에 잔류할까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신지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하나원큐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6순위로 강이슬과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포인트가드 김이슬을 영입했다. 하지만 강이슬과 김이슬이 루키 시즌을 보내던 2013년 1월 신일여고의 신지현이 대전여상과의 총재배 대회에서 무려 61득점을 기록하는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이에 하나원큐는 이듬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리틀 전주원'으로 불리던 신지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2014-2015 시즌 신인왕을 차지할 때만 해도 순조로운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듯 했던 신지현은 2015년 9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2016-2017 시즌까지 두 시즌을 통째로 거르고 말았다. 여자농구 전체가 주목하던 유망주가 부상 때문에 농구선수로서 가장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20대 초반 2년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지현은 2017년 부상을 떨쳐내고 코트로 돌아왔다.

매 시즌 서서히 출전시간과 출전 경기 수를 늘려가던 신지현은 지난 시즌 12.77득점3.23리바운드4.9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박지현, 김소니아(이상 우리은행), 김단비,박지수와 함께 BEST5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신지현은 이번 시즌에도 신한은행이 치른 25경기에 모두 츨전해 득점 3위(17.64점)와 어시스트 5위(4.92)를 달리며 득점력과 경기 조율능력을 겸비한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신지현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 내내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지현과 함께 공격을 이끌어야 할 슈터 구슬이 2경기 만에 시즌아웃 됐고 양인영 정도를 제외하면 골밑에서 활약해줄 수 있는 자원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하나원큐와 FA계약을 맺었던 신지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가 된다. 김정은, 강이슬을 놓쳤던 하나원큐는 과연 신지현을 붙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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