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의 강원소방] 1. 감염병이 바꾼 강원도 안전지도

구본호 2022. 1. 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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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심리적 압박 119 의존도 커졌다
코로나19 파랗게 물든 2020년
강원소방 출동건수 최저 기록
2021년 '만성화' 따라 다시 급증
주요사고 출동건수 4년새 최대
안전조치 신고건수 증가 특이점
지난해 대비 57.2% 급증 드러나
가족문제·실종 구조신고 증가
사회적 변화 영향 사고 이어져
소방 현장 "코로나 블루 체감"
도내 코로나 일상 방해 전국 1위
그래픽=홍석범

코로나19 사태에 접어든 지 만 2년이 지났다. 감염병 사태 전과 후로 강원도민의 안전망 역시 뚜렷하게 바뀌었다. 방역당국의 조치는 강원도내 안전사고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원소방도 감염병 장기화에 대비, 새로운 소방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별 맞춤형 대책도 절실하다. 강원도민일보는 4년간(2018년~2021년)의 강원도소방본부의 빅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전후, 강원도 안전망을 대해부했다.

■ 코로나19에 요동친 강원 안전망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과 코로나사태 1년 이후 방역체계가 완화된 2021년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 전체가 코로나19로 파랗게 질렸던 2020년은 각종 사고와 구조구난활동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2021년 들어 국민들이 거리로, 바다로, 휴양지로 떠나면서 사건사고는 급증했다. 특히 2021년 하반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과 2년차에 접어든 2021년은 교통사고·구조·산악·구급·안전조치 출동 건수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020년은 지난 4년간 교통사고·구조·산악사고·구급사고 출동 건수가 최저인 해로 기록됐다. 본지가 2018년~2021년 강원소방본부의 출동 건수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 강원도내 구조·교통·산악·구급 출동 건수는 총 13만7347건이다. 2019년(15만7390건) 대비 12.7%(2만43건) 급감했다.

가장 많은 신고 건을 차지한 유형은 구급신고로 2019년 11만740건에서 지난 2020년 10만2139건으로 전년 대비 7.7% 줄었다. 사고 비율은 산악사고가 전년대비 27.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으며 같은기간 교통사고와 구조출동은 각 26.9%, 24%씩 감소했다.

2020년의 교통사고·구조·산악사고·구조사고 출동건수는 최근 4년 간 최저 수준이다. 2020년 교통사고 출동건수는 2665건이다. 2018년(4233건)과 비교하면 2년새 1568건(37%) 줄었다. 구조 출동건수도 2018년 3만8397건에서 2019년 4만1007건으로 증가한 구조 출동건수도 2020년 들어 3만1157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해외여행이 통제되면서 수난사고는 4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수난사고 출동 건수는 1228건이다. 2018년 852건, 2019년 923건과 비교하면 각각 376건(30.6%), 305건(24.8%) 증가했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2021년의 상황은 전년과 달랐다. 교통사고·구조·산악·구급·안전조치 출동 건수 모두 지난 4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은 고령 위험군을 시작으로 백신 접종이 시행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인센티브가 도입된 해다. 방역조치가 일부 완화되면서 주요 사고율이 전년 대비 치솟기 시작했다.

출동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구급과 구조다. 2020년 10만2139건이었던 구급은 지난해 11만9557건을 기록했다. 1년새 1만7418건(17%)이 증가했다. 구조 역시 지난해 4만4078건으로 전년(3만1157명)보다 1만2921건(41.4%)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8년(3만8397건), 2019년(4만1007건)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교통사고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도내 교통사고는 4473건으로 전년(2665건) 보다 40.4%(1808건) 늘었다. 산악사고도 2020년 1386건에서 지난해 2086건으로 700건(33.5%)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이동의 제약이 커졌고 특히 고령층과 저연령층 가족단위의 경우 감염에 대한 불안함이 통계적으로 봤을 때 주요 사고 출동 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이미 2년이 지난 지난해는 이미 이런 상황이 ‘만성화’ 됐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혹은 그보다 더 증가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 안전조치·벌집제거도 지난해 급증

안전조치 신고 건수가 증가한 점도 특이점이다. 지난해 도내 안전조치 신고 건수는 3536건으로 전년 신고 건(1511건) 대비 57.2%(2025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조치는 화재나 구조,구급을 포함한 모든 신고건 중 특별한 재산피해나 부상자가 없을 경우나 당장 긴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작은 안전사고라도 발생할 것 같은 상황에 대한 구조조치 등을 의미한다. 화재신고 출동 현장에 갔더니 농업 부산물을 태우는 경우, 동물구조 출동을 나갔는데 고양이가 차 밑에 들어가 있어서 차를 뺄 수 없다는 신고, 참새가 집안에 들어와서 쫓아달라는 경우 등 사고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2020년 코로나19 2차 유행사태와 겹치면서 크게 줄었던 벌집제거 신고 건도 지난해 들어 늘었다. 지난해 벌집제거 신고 건은 1만943건으로 2020년(2393건) 대비 78.1%(8550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벌집제거의 경우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 해 연례행사로 여겨지는 만큼 사고가 많은데 지난해의 경우 방역조치 완화로 대면 성묘객들이 크게 늘면서 영향을 끼친 셈이다. 지난해 8~9월 두 달간 신고 접수 건은 6546건으로 전체 사고의 59.8%를 차지, 전년 같은기간 대비 26.6%(1745건) 크게 늘었다.

■ 소방현장에서 본 코로나19

코로나19는 소방현장의 모습도 많이 바꿔놨다. 구조대원들은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부상자, 신고자가 열이 있는지 부터 파악하고 출동한다. 방역복과 고글, 마스크, 코로나 페이스 쉴드도 빼놓을 수 없는 장비다. 접수 직후 출동해야 하는데 방역복을 입어야 하니 가뜩이나 부족한 출동시간이 더 촉박해졌다. 코로나19 만 2년, 이제는 방역복을 아예 차 안에 두거나 한 번에 입을 수 있게 세팅해 놓는 노하우도 생겼다.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소방대원들이 구급대원들이 도맡고 있어 소방대원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실감한다고 했다. 춘천소방서의 한 소방대원은 “출동 자체가 늘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변화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진다는 점은 소방대원들이 출동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사회적 변화와 심리적 압박을 주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결국 이에 못이겨 발생한 사고들이 접수되는 경우가 늘었다”며 “특히 가족 간의 문제와 실종, 자살 등 현장에 가보면 ‘코로나 블루’로 인한 구조와 구급건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춘천소방서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이후 자살 신고 사례가 크게 늘었고 일주일에 2~3번은 있는 것 같다”며 “과거에는 신용불량, 빚더미 등으로 50~60대들의 자살시도가 많았는데 요새는 10대도 발견되는 등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코로나19가 일상생활에 방해됐다는 평가 척도는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본호 bon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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