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인터뷰] '출동준비 끝!' 제주의 '트랜스포머' 이정문, "민규형 반이라도 따라 가야죠."

이원만 2022. 1. 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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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정문.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순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000년대 중후반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직도 케이블TV 영화채널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영화 시리즈가 있다.

멋진 슈퍼카나 대형 트레일러, 심지어 탱크와 제트기가 순식간에 인간형 로봇으로 변신해 전투를 벌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10년도 훌쩍 넘은 영화지만, '자동차' '메카닉' '외계생명체' 등의 키워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

▶'트랜스포머' 이정문, 어떻게 수비수에서 포워드가 됐나

프로축구 전지훈련지에서 갑자기 '트랜스포머'를 소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변신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가 썩 잘 어울리는 선수가 있기 때문. 바로 1m95의 훈남 장신 공격수 이정문(24)이다. 그는 원래 수비수였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주로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2019년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주로 센터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제주로 이적한 이후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했다. 애초 스스로 택한 것은 아니었다. 거의 선수 생명이 끝날 뻔한 위기 상황에서 남기일 감독이 준 선택지를 힘겹게 부여 잡은 것이었다. 이정문은 "그때는 어떻게든 경기에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돌아보니 여러 측면을 고려한 감독님의 속 깊은 배려였다"고 회상했다.

사실이었다. 이정문은 한창 피어나던 영광의 순간에 깊은 절망을 마주해야 했다. 이정문에게 2021년 1월은 최고의 영광과 최악의 위기가 동시에 찾아온 때였다.

제주 이적을 통해 꿈에 그리던 1부 리그에 진출한 데 이어 생애 첫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는 희열을 맛본 시기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뿐, 대표팀 합류 후 원인 모를 호흡곤란 증세가 생겼다. 제대로 뛰기는커녕, 숨쉬기 조차 어려웠다. 천식과 흡사한 증세였지만, 천식은 아닌 이상한 병.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채 도핑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증세를 완화시켜주는 약 처방만 내려줄 뿐이었다.

제주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정문.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최고의 순간 찾아온 최악의 위기, 팀은 외면하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년이 선뜻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닥쳤다. 최고의 영광을 잠깐 맛보고, 이내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쉽게 짐작키 어려운 좌절과 고통의 시간. 이정문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남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배들이었다. 한 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제주의 모든 식구들은 이정문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정문은 "작년에 정말 많이 아팠는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팀의 형들이 잘 챙겨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담담하게 투병 생활을 회상했다. 그는 "정말 멘탈이 나갈 뻔했던 시기도 있었다. 의사는 원인을 모르고, 할 수 있는 건 약을 먹고 트레이닝 코치님들하고 수영장에서 호흡하는 훈련을 하는 정도였다.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견뎠다"고 말했다.

간절히 노력하면 때로 '기적'이 찾아온다. 원인도 찾지 못하던 병세는 본인의 굳건한 의지와 팀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인지 어느 새 잠잠해졌다. 이정문은 다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때 남 감독이 이정문에게 말했다. "공격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해보지 않을래?" 출전에 목마른 이정문에게 고민은 사치였다. 그는 "선수는 뛰어야 한다. 아프지만 않기를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며 남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주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정문.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등번호 9번의 의미, "민규형의 반이라도 따라가고 싶어서…"

그때부터 이정문은 정통 스트라이커 출신인 정조국 코치의 집중 조련아래 공격수 변신을 준비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아마추어나 대전 시절 가끔씩 공격수로 나서긴 했지만, 본격적인 포지션 이동은 아니었기 때문. 이정문은 "미드필더나 수비 때의 습관 때문에 슛을 해야 할 때 자꾸 패스를 하려고 몸이 움직였다. 감독님은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계속 주문하셨다"며 힘겨운 변신의 과정을 설명했다.

정 코치가 주로 이정문을 지도했지만, 또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 있다. 바로 '득점왕' 주민규였다. 이정문은 "(주)민규형은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인데, 내가 하나를 물어보면 두 세가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딱히 '롤모델'이 없었는데, 민규형은 보고 배울 게 많은 선배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 고마움의 의미를 담아 이정문은 올해부터 정통 스트라이커의 상징인 '9번'을 달고 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청했는데 팀이 허락했다. 이정문이 9번을 택한 데에는 깊은 뜻이 있다. 9번은 주민규의 등번호 18의 절반이다. 옆에서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준 주민규를 보며 '민규형의 반만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9번을 신청한 것이다.

목표도 명확하다. 이정문은 "올해는 아프지 않으니 더 많은 경기에 나가 골을 넣어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정말 민규형의 반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10골 이상 넣으려고 한다. 그러면 등번호 값을 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본격적인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이정문의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순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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