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공급난에 칼 뺐지만..가격조사 외 '뾰족한 수' 없어

류지복 입력 2022. 1. 26.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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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5일치 미만, 美 공장 멈출 수도"..극심한 수급난 확인
반도체 투자 유치 자찬..생산까지 수년 걸려 단기대책 못돼
반도체 자체 생산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 (CG) [연합뉴스TV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반도체 칩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민간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이 급등한 일부 기업에 대한 조사와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법 처리 촉구 외에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반도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인 작년 2월 공급망 검토를 지시할 정도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미국의 핵심 인프라로 간주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며 경기회복세로 접어든 작년 초부터 극심한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 시달렸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후 수요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이 제품 제조에 필요한 반도체 칩 주문을 줄였다가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반도체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의 주력 제조업 중 하나인 자동차 공장들이 부품인 반도체 칩 부족으로 연이어 가동을 중단하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이 여파로 지난해 미국에서 800만 대의 자동차가 예상보다 적게 생산됐고, 2천100억 달러의 매출 손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자동차 가격이 급등해 전체 인플레이션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무부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및 수요 기업에 재고, 판매 정보 등을 담은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업계가 영업기밀이라고 반발했지만 상무부는 수급난 현황 파악과 대안 모색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상무부는 작년 11월 150여개 기업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25일(현지시간) 결과를 공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상무부의 자료를 보면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하고 지속적이라는 어려운 여건은 분명히 나와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상무부는 지난해 반도체 칩 수요가 전염병 대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 17% 더 많았지만 공급이 따라오지 못해 기업의 재고량이 40일 치에서 5일 치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해외의 반도체 제조 시설이 코로나19, 정치적 불안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할 경우 이 부품을 이용하는 미국의 제조시설도 가동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담았다.

상무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수급 불일치 발생에 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은 품목, 중개상을 통해 판매된 칩 중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 품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주로 자동차와 의료기기용 칩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해결책이 나와 있지 않다.

상무부는 "민간 부문은 생산 증대, 공급망 관리를 통해 현재 부족 사태로 인한 단기 도전 과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문장을 두고 행정부가 병목 현상을 해결할 힘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스스로 칩 제조에 필요한 웨이퍼 생산 능력에 관한 입장을 들었지만 단기적으로 분명한 해결책이 없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대신 상무부는 인텔의 200억 달러 반도체 투자 계획 발표, 포드와 GM이 반도체 생산 업체와 맺은 협력 등을 언급하며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다고 투자 유치 성과를 강조했다.

백악관도 지난 21일 미 반도체산업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반도체 산업에서 작년 초부터 2025년까지 800억 달러에 가까운 미국 내 신규 투자 발표가 있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을 의회가 빨리 처리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AP통신은 상무부 발표와 관련해 반도체 칩의 낮은 재고는 미국의 공장 가동 중단 전망을 키운다는 점에 주목하며 반도체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가동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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