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식 중독 정신과 의사 "폭락장서 살아남는 법은.."

김소정 기자 2022. 1. 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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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가 연일 맥을 못 추고 있다. 증시 폭락에 가상화폐 시장까지 동반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때 주식 실패로 공황장애·우울증을 겪었던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41)씨가 최근 ‘주식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폭락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공개했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고운호 기자

박씨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주식 폭락은 가정 불화, 직장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 안타까워서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폭락장에서 초보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물타기 또는 손절을 하지말고 ‘주식앱’부터 지우라고 조언했다. 또 일상에 집중하고 본업에 충실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 잃었다고 가족에게 짜증 내고 거짓말하고 그러다가는 너무 불행해진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박씨는 “주식으로 본 손해를 코인으로 만회하려다가 폭락의 2연타, 물레방아 타시는 분들. 그러지 말라. 멈춰라”며 “한 달만 모든 걸 잊고 오직 본업에 충실해 추가 재난을 막아라. 지진도 여진이 훨씬 무섭다”고 했다.

◇ 주식으로 전재산 날린 의사 “공황장애·우울증 겪어”

박씨가 현재 주식 투자자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건, 본인도 물렸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주식으로 수억원을 잃어본 경험도 있다. 그 경험담을 담은 ‘살려주식시오’라는 책도 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박씨는 졸업 후 성형외과·피부과 의사가 된 친구들이 자신보다 5배 넘는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다급해져 주식에 손을 댔다.

첫 주식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2011년 3월 삼성전자에 3000만원을 넣었는데 5개월 만에 6000만원이 됐다. 자신이 ‘주식 고수’라고 생각했던 그는 2011년 말 삼성전자로 번 5000만원에 대출 3000만원을 얹어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에 분산투자했다. 그러나 다음날 코스피가 폭락했고, 그다음날에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악재가 터졌다.

그는 2거래일 만에 -17%를 찍었다. 1200만원을 날린 그는 남은 6800만원을 SK이노베이션에 올인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실패했다. 이때 모든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2015년 그는 모은 돈 3억원과 대출로 받은 1억원을 들고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 들었다. 1년 뒤 수익률은 -79%. 그에게 남은 돈은 단돈 4000만원. 대출 1억원이 있으니 사실상 -6000만원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주식 중독’의 삶을 살았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정도였다. 주식 차트를 보며 울거나 가슴까지 쳤다. 결국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찾아왔고, 다니던 병원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때 그의 나이 36세였다.

이후 박씨는 본격적인 주식 중독 치료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모르는 안동으로 내려갔다.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도 받고, 가계부와 일기를 쓰면서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주식앱 비밀번호를 5번 틀려 로그인도 못하게 했다. 1년 간의 노력 끝에 그는 주식 중독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작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도 주식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었다”며 “딱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자책하지 말라. 시간을 돌릴 수 없다. 두 번째는 남 탓하지 마라. 종목은 잘못 없다. 다름 사람 이야기를 듣고 샀던 어쨌든 결정을 내가 한 거다. 세 번째는 항상 최고의 우량주는 자기 자신이니까 본업과 일상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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