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 미사일 개발 이끈 항공우주공학계 원로 홍용식 인하대 명예교수 별세

고재원 기자 2022. 1. 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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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국내 미사일 개발의 '효시'로 꼽히는 한국의 첫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NHK-1)'의 개발을 이끌었던 한국 항공우주공학계 태두인 홍용식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후 미국 보잉사 수석연구기사와 워싱턴대 강사를 거쳐 미공군 우주국을 지원하는 연구소인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에서 일하다 1974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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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국내 미사일 개발의 '효시'로 꼽히는 한국의 첫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NHK-1)’의 개발을 이끌었던 한국 항공우주공학계 태두인 홍용식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고인의 차남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5일 한국 내 대리회사인 ‘인플루엔셜’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 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스 홍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자마자 아버지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며 “다음 세상이 있다고 믿지는 않아도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삶에 후회는 없다고도 하셨다”며 글과 사진을 올렸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워싱턴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보잉사 수석연구기사와 워싱턴대 강사를 거쳐 미공군 우주국을 지원하는 연구소인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에서 일하다 1974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미사일 개발을 위한 과학자 유치에 호응한 것이다. 고인은 2018년 신문 기고문에서 “1972년에 ADD 심문택 소장의 제의를 받았고, 1974년 ADD 항공우주담당 부소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기초 과학기술력이나 산업적 기반이 전무하던 1970년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데 공헌했다. 미사일의 개념 설계부터 제작에 필요한 수천 가지 부품을 직접 개발하고 시험해 계획 수립 6년만에 1978년 9월 충남 서해안 안흥시험장에서 사거리 200km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 탄도미사일 보유국이 되는 성과를 이뤘다. 백곰의 개발 과정에서 쌓인 지식과 기술은 현무4를 개조해 얼마전 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국산 미사일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인은 이후 1976년부터 인하대에서 교수로 역임하며 동시에 1978∼1992년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소 부원장으로 항공기 개발에 참여했다. 1981∼1983년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1990년 우주위성통신산업연구회장 등을 역임했고 1994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이 됐다. 고인은 1988년 01호 ‘과학동아’에 ‘위성체 2천년대 초에는 통신위성을’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한국이) 우주기술 분야에서 선두 주자는 못될 망정 낙오자가 될 수 없다”며 “지구와 그 주변 환경만 느끼고 생각해오던 기성세대의 굳어진 의식 구조에 비해 어린학생들은 풍부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학생들이 우주개발 연구에 활동할 때가 빨리 와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고인은 '인공위성과 우주 발사체'(1990, 청문각), '우주추진공학'(1990, 청문각),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1991, 동아일보사), '가스터어빈엔진'(1992, 청문각), '소중한 것은 곁에 있다'(1997, 청문각), '나는 화성에서 놀고 싶다'(2005, 랜덤하우스코리아), 자서전 '나는 그때 있었다', '우주추진공학'(2007, 청문각) '가스터빈의 기초이론'(2008, 청문각), '호기심 출렁 우주 세상'(2008, 주니어랜덤) 등의 저서도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민병희 인하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와 슬하에 2남 1녀를 뒀다. 장남 존 홍 미국 국방연구원 부원장과 차남 데니스 홍 교수, 딸 줄리 홍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이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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