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손 잡고 '말폭탄' 재장전.. '사이다 맛' 정치풍자에 웃음 '빵'

권이선 2022. 1. 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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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정치 코미디' 부활
팬덤 정치에 몸 사리는 지상파
정치 코미디물 OTT로 무대 옮겨
작정하고 대선 후보 부부들 연기
'형수 욕설' '허위 경력' 등 꼬집어
SNL 1화, 유튜브 180만뷰 돌파
드라마·시트콤도 외연 확장 가세
‘선거의 계절’을 맞아 정치 풍자 코미디가 OTT로 무대를 옮겨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사진은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2. 유튜브 캡처
#1. 짝다리를 짚은 채 쉼없이 고개를 도리질하는 남편과 잔뜩 늘어진 애교머리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부인. 이들 옆집으로 한 부부가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 이웃이 된 남자는 흰머리에 말끝을 톡톡 쏘고, 그의 부인은 ‘자기야’라고 남편을 불러대며 연신 웃어보인다. 이 두 부부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2. “둘 중에 한 명을 꼭 키워야 한다면? ‘표창장 위조한 딸 vs 상습적으로 도박한 아들’” “가장 웃긴 코미디쇼를 고른다면? ‘철없는 재벌 최고경영자와 대선 후보의 멸콩 쇼’ vs ‘철없는 당 대표와 대선 후보의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밀당 애정쇼’”

명맥이 끊긴 정치 코미디가 ‘선거의 계절’을 맞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방송보다 수위 표현이 자유로운 OTT 플랫폼의 특성 덕분이다. 과거 ‘여의도 텔레토비’,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등으로 풍자 코미디를 이어왔던 ‘SNL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폐지 4년 만에 쿠팡플레이를 통해 소생한 이 프로그램은 작정한듯 정치판을 꼬집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나 시트콤도 정치 풍자 코미디에 가세하고 있다.

◆TV에서 사라진 정치 풍자…‘팬덤 정치’에 몸 사리는 방송가

“정치인에 대한 풍자의 자유를 적극 허용한다.” 1988년 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신년사로 한국 정치 풍자 코미디가 시작됐다. 대중은 속을 풀어주는 신랄한 풍자에 열광했다. ‘유머 1번지’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쇼 비디오 자키’의 ‘네로 25시’, ‘일요일 밤의 대행진’의 ‘보통 앵커론’ 등은 정치권을 꼬집으며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2017년 방송됐던 ‘미운우리 프로듀스101’. 유튜브 캡처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고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KBS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민상토론’ 등의 출연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거나 정치인에게 고소를 당했다.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인 ‘텔레토비’를 또(박근혜), 화나(문재인), 구라돌이(이정희), 안쳤어(안철수) 등 대선 주자로 패러디한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후 여야 정치권이나 각 진영 지지자 모두로부터 편향성을 지적받고 제재가 이어지면서 정치 풍자는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 부활’을 내건 KBS ‘개승자’에서도 대선을 40여일 앞둔 지금까지도 정치 풍자 코미디를 보기 어렵다. 앞서 2019년 개콘 포맷을 리뉴얼한 박형근 PD는 “시사 풍자나 정치적인 부분을 다루기 상당히 어렵다”며 “가볍게 하면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비난 받고, 깊게 들어가고 직설적으로 하면 반대쪽에서 공격을 받아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는 “정치성향·성별·세대 갈등이 심화하면서 풍자 코미디는 웃음보다 ‘공격’이나 ‘조롱’으로 여겨진다”며 “나와 다른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결국 비난을 받게 되는데, 이를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코미디 종사자들이나 방송사들에게 이전 정권에서부터 겪었던 외압이나 비난 등의 경험이 여전히 누적돼 있다. 코미디를 코미디로 보지 않고 민감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아 여전히 위축된 분위기가 있어 콘텐츠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2. 유튜브 캡처
◆OTT로 옮겨간 정치물… 장르 다양화 시도

TV 매체의 한계를 넘지 못한 정치 풍자는 자연스레 OTT로 넘어왔다. 무대를 옮긴 정치 풍자물은 기존 지상파 방송국에서보다 좀더 과감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풍자 코미디 노하우가 짙은 ‘SNL 코리아’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SNL코리아’ 시즌1이 ‘순한맛’이었다면 지난해 12월 말 시작된 시즌2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돌입과 함께 대선 후보들의 민감한 이슈들을 대놓고 드러내며 풍자 코미디를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코너도 두 개나 내놨다. 콜드 오프닝에서는 대선 후보 부부들의 몸짓과 말투를 모사하며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연기하는 권혁수에게는 “아드님이 뭐 걸고 이런 거를 좋아하시나봐요”(아들 불법 도박 의혹), “또 그 형님이 전화하신 거냐, 아니면 형수님이신가?”(형수 욕설 녹취)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러다 7시간 통화하시겠어요”, “프랑스 자수는 문화센터에서 배웠어요. 그런데 한 번 나갔어요, 한 번. 그래도 나간 건 나간 거니까” 등의 멘트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관련한 ‘7시간 통화 녹취’, ‘허위경력 논란’ 등을 연상케 한다. 이 코너의 1화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은 180만회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2. 유튜브 캡처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서는 MZ세대를 대표한 ‘주현영 기자’가 정치인들을 만나 대답하기 난처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코너에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직접 출연했고 심상정 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나경원 전 의원, 우상호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과도 인터뷰를 가졌다.

정치 풍자물은 코미디 프로그램 말고도 드라마나 시트콤 등의 장르로도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웨이브의 정치 블랙 코미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시즌2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윤성호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웨이브에서 정치 코미디를 한국에서 할 때가 됐으니 ‘신명나게 해 보자’고 제안했다”며 “촬영할 때 전권을 줬다. 창작자에게 고마운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OTT에서 방송 예정인 시트콤 ‘청와대 사람들’도 정치 풍자 트렌드를 이어나간다. ‘SNL 코리아’ 김민석·안상휘 작가가 극본을 쓰며, 영화배우 차인표가 대한민국 대통령 ‘고한표’를 맡는다.

정 평론가는 “풍자 코미디는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불만과 답답함을 풀어주고 이 같은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며 “코미디의 본질이자 침체된 코미디 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시사 풍자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미디는 비하가 되며, 강자를 향한 풍자를 통해 국민의 갈증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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