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선 첫날 무더기 '백지 투표'..'1표 드라기' 여전히 유력?
[경향신문]
대의원들이 선호 후보 기명
1차 투표 672표가 ‘빈 종이’
정당 간 후보 천거 합의 불발
3분의 2 득표까지 매일 투표
4차부터 ‘과반’ 얻으면 당선
이탈리아가 24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를 실시했지만 후보를 써내지 않은 백지 투표가 쏟아지며 당선자를 가리는 데 실패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사진)는 1표를 얻는 데 그쳤다.
공영방송 라이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선출 1차 투표 결과 전체 투표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72표가 백지였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당선자를 내는 데 필요한 정족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투표에는 헌법에 규정된 전체 대의원 1009명(상·하원 의원 951명, 지역 대표 58명) 가운데 976명이 참석했다.
투표용지에 이름이 기재된 후보 중에서 파올로 마달레나 전 헌법재판소 부소장이 가장 많은 39표를 받았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도 16표를 받았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후보 1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린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장관이 9표, 후보 사퇴를 선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7표를 각각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드라기 총리는 1표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대거 백지 투표가 나온 것은 주요 정당 간의 후보 천거 합의가 불발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은 대의원단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하원 의석 구조상 좌·우파 정당 그룹 어느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해 타협을 통한 공통 후보 추천이 필요했다. 좌·우파 정당들은 1차 투표가 개시된 이후에도 활발하게 교섭하며 지지 후보를 물색했으나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현재 판세를 보면 드라기 총리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예상되는 정국 불안 등을 이유로 일부 정당들이 후보 천거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당선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탈리아 대선은 공식 후보 명단 없이 대의원이 투표용지에 선호하는 이름을 써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의원 3분의 2(672표) 이상의 지지를 얻은 이가 없으면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하루 한 차례씩 매일 투표가 이뤄진다.
투표가 진행될수록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협상이 이뤄지고 대의원단의 선택지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4차 투표부터는 과반(505표) 득표자로 당선 문턱이 낮아진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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