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장률 4.0%..코로나 충격 넘었지만 '양극화 해소' 과제
[경향신문]
수출 9.7%·민간소비 3.6%에 정부지출까지 고루 성장 기여
서민 체감과 괴리…“경기 회복 속도보다 포용적 성장 중요”
한국 경제가 지난해 수출 호조와 민간소비 회복, 정부 재정정책 등이 고르게 효과를 내면서 4.0% 성장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로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어 ‘회복의 속도’보다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021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 대비 1.1%를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4.0%로 집계됐다. 한은 전망치와 같고, 2010년 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과 민간소비, 정부지출 등이 고루 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민간소비가 살아난 것이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3.1%포인트, 순수출의 기여도는 0.8%포인트로, 전년과 비교해 민간기여도가 큰 폭으로 상승전환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경제 전반에 걸쳐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많이 회복됐다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수출은 2020년 1.8% 감소에서 지난해 9.7%나 늘었고, 2020년 5.0% 위축됐던 민간소비도 3.6% 성장으로 반등했다. 설비투자도 8.3% 성장했고, 정부소비 증가율도 5.5%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경제활동이 백신 접종과 함께 재개되면서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며 “소비주체들이 코로나19에 적응하면서 민간소비도 늘었고, 방역조치 완화(단계적 일상회복)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등도 연간 4%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만 떼어보면 3분기 0.3%에서 1.1%로 큰 폭 상승했다. 3분기에 감소(-0.2%)했던 민간소비가 다시 증가세(1.7%)로 돌아섰다. 특히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이 4.2%나 성장하면서 서비스업 회복세를 시사했다.
한은과 정부 등은 올해에도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등은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공급망 차질과 맞물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보다 안 좋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수출과 수입 각각을 보면 역대급으로 좋지만 이는 과거에 비해 단가가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으로, 수입물가가 더 올라 순수출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성장률은 고무적인 성적표를 거뒀지만, 서민 체감과 괴리가 있다는 점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나 교수는 “경기 회복의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포용적 성장을 하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올해에도 성장세가 유지되려면 민간소비가 견조하게 살아나야 하고, 양극화를 메우기 위한 정부의 공공지출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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