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H 김헌동 사장의 반값 아파트, 주택시장 변화 기폭제 되길
[경향신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서울 고덕강일·마곡·위례 지구에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택지 위에 지은 건물만 분양해 집값을 50~60% 낮추고 월 20만원 정도 토지사용료를 내고 살 수 있는 주택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다. 김 사장은 건설업체에 평당 500만~550만원 정도 지급하는 건축비도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 대신 아파트 자재 내역을 공개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쓰도록 한 싱크대·마감재 등의 품질 개선도 모색하겠다고 했다. 강남엔 5억원, 서울 평균 3억원대의 고품질 반값 아파트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고덕강일·송파오금·구로항동 지구에서 해온 분양원가 공개를 3월엔 강남에서도 시작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지금까지 세 지구에서 토지·건물분을 합쳐 공개한 분양원가는 평당 1150만원이고, 매출액의 35%가 SH의 이윤이었다. 시민이 아파트 분양원가와 건축비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공공주택이 선도하겠다는 뜻이다. 주택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방공기업의 사업 중심도 택지 개발에서 공공주택 공급·관리로 옮기는 진일보한 시도일 수 있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2007년 경기 군포시에서 등장했다. 주변 시세의 90%로 공급되고 재산권 행사가 제약돼 첫 분양은 실패했다. 그러나 2012년 서울 우면·세곡지구에 나온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 2억원 아파트(전용면적 84㎡) 값이 6~7배 뛰어 ‘로또’ 논란이 일었고, 2020년에 향후 토지임대부 주택은 물가상승률·정기예금 이자율을 붙여 LH에만 되팔 수 있도록 건축법을 고쳤다. 10년간 전매도 금지되는 반값 아파트는 집의 개념을 소유(분양)에서 거주(임대)로 확장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공급할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일정한 자산 형성·수익도 도울 수 있는 공급 모델을 만드는 게 성패의 관건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급가격 기준을 감정가에서 조성원가로 바꾼 반값 아파트를 용산공원·택지지구 역세권 등에 공급하고, 토지임대·이익공유·장기임대형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시세의 50~70%로 살 수 있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주택’ 구상을 선보였다. 반값 아파트는 좋은 입지에 저가·고품질로 지어야 한다. SH의 실험이 주택시장 변화를 이끄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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