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난개발 제동 vs 재산권 침해..'높이 제한' 갈등 확산

진희정 2022. 1.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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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청주시가 이른바 '고층 난개발'을 막겠다며 원도심에 건축물 높이 제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민 반발이 거센 가운데, 도시 전체의 '높이 관리'를 검토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청주시는 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을 무릎쓰고 건축물 고도 제한에 나서는 걸까요?

뉴스7 기획취재, '무슨일 이슈' 진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들어가려는 주민과 막아선 시청 직원간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집니다.

격렬한 대치가 벌어진 이날 청주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핵심 안건은 원도심 건축물의 '높이 제한'.

주민들은 어쩌다 비공개 회의장까지 찾아와 높이 제한을 막게 됐을까요?

2년 전, 청주시청 뒤편엔 49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습니다.

10여 층 높이의 낮고 완만했던 청주 도심 스카이라인에, 주변보다 3배 이상 높은 돌출 경관이 생겨난 건 '도로 사선제한'이 폐지되면서 가능했습니다.

도로 사선제한은 도시 개방감을 고려해, 도로 폭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한 규정입니다.

도로 폭의 1.5배 이상 높게 짓는 건축물은 도로 끝 지점과 사선을 그어 그 안쪽으로만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한 겁니다.

위로 갈수록 건물이 계단식으로 변형된 것도 바로 이 사선제한 때문입니다.

사실상 고도 제한 역할을 해왔지만, 지그재그식 건물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에 건축법 제정 53년 만인 2015년 폐지됐습니다.

높이 제한의 빗장이 풀리면서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날 우려에,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일부 지역들은 구역별로 최고 높이를 지정해 도시 경관을 관리해왔습니다.

청주시가 방아다리 사거리에 육거리시장까지 원도심 일대 높이 제한을 두려는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이열호/청주시 도시교통국장/지난 18일 : "(도로사선제한) 폐지가 되면서 이런 (고층) 건물이 나오다 보니까, 전체 시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규제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공론화가 되면서 이번 상황(높이 제한)이 나왔던 거고요."]

문제는, 이미 개발 압력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 때늦은 제재라는 겁니다.

사선제한 폐지 이후 6년여 동안 청주 원도심에는 34층과 49층 주상복합건물이 잇따라 들어섰습니다.

남주동과 남문로 일대 13개 구역에선 30층 안팎의 고층 건물 건립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

높이 제한에 반발하는 거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백남권/청주시 중앙동 주민자치위원장/지난 13일 : "여기에서 40~50년 동안 도심 공동화로 많이 고생하고 빈집 같은 데서 고생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 때문에…. 아무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경관지구 지정을."]

뻔히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청주시는 지난해 6월 처음 정책 용역을 시작해,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와 도시관리계획 정비, 시의회 조례 개정까지 6개월 만에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규제 정책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입니다.

[김진섭/청주시 도시계획과장/지난 18일 : "(심의 때마다)'왜 청주시는 이런 거에 대한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냐, 지금까지' 이것을 굉장히 많이 지적하셨어요. 늦었지만 저희들은 지금이라도 도시 관리 정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생각합니다)."]

주민 반발에, 도시계획위원회가 원도심 고도 제한의 세부 내용을 정하지 못하자, 청주시는 좀 더 주민 설득 작업을 거친 뒤 다시 심의를 받겠단 입장입니다.

더불어, 원도심뿐 아니라 고층 건물로 조망권 피해가 우려되는 주거·상업 지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6월까지 시 전역의 '높이 지정' 타당성 연구 용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심경미/건축공간연구원(auri) 경관센터장 : "'(우리 지역이) 미래에 어떤 모습을 가져갈 것이냐' 하는 것이 행정과 주민, 관계자들이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해요. 서로 생각이 다르면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치기가 어려워요."]

경관 사유화와 고층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고도 제한이라는 강력한 규제를 꺼내든 청주시.

공공성을 강조한 도시 계획을 뒤늦게, 또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해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김현기/그래픽:오은지

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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