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전통 칼의 멋을 잇다, 임장식 장도장
[KBS 창원] [앵커]
옛 조상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던 작은 칼, 장도를 아십니까?
1960년대 후반, 휴대용 칼이 대량 생산되기 전까진 요긴한 소지품이었는데요,
대를 이어 장도를 만드는 장인,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2,000도 넘는 불에 달군 쇠를 두드리고 갈아 칼날을 벼립니다.
오직 ‘망치’와 ‘정’만으로 글자와 문양을 새기고 입체감을 더합니다.
700년간 이어온 쪼이질로 한 자루의 장도가 완성됩니다.
진주에 자리잡은 장도장 전수 교육관입니다.
임장식 씨는 전국에 몇 안 되는 장도장 가운데 한 명인데요,
부친인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임차출 선생의 뒤를 이어 장도 외길을 택했습니다.
[임장식/장도장 : "은으로 만든 것 요거는 먹감나무로 만든 것. 형태에 따라서 이거는 8모가 돼 있어요 8모. 그래서 이거는 팔모도."]
조선 시대에는 장도가 신분의 척도이기도 했는데요.
[임장식/장도장 : "이게 상장도예요. 조선시대 최고의 장도입니다. 즉 당상관 이상들만 지닐 수 있게 한...이걸 젓가락을 꺼내어서 이렇게 직접 사용하면서 쓰고."]
조선 중기를 지나며 호신용, 장신구로 발달했고, 근대로 오면서 지역에 따라 문양도 다양해졌습니다.
[임장식/장도장 : "조선 시대에 십장생 조각이 우리 장도에 많이 쓰였습니다. (아버님이) 그걸 재현해내시고 십장생을 조각하셔 가지고 진주만의 특징을 지니게 됐습니다."]
불에 달군 쇳덩이를 두드려 칼날을 만듭니다.
거듭된 풀무질로 단단해진 칼날은 이렇게 모양을 잡은 뒤 낮은 불에서 서서히 식힙니다.
다시 풀무 열처리를 반복한 뒤 광택을 내고 글자를 새깁니다.
[임장식/장도장 : "강철 봉 하나가 두드려서 풀무에서 수십 번 두드려서 이렇게 칼로 완성됐을 때는 완전 기쁘죠. 희열이 있고…."]
칼자루 작업의 핵심은 '쪼이질'입니다.
그림을 그리듯 정 하나로 문양을 조각합니다.
전통금속공예 분야에서도 쪼이질을 고수하는 장인은 드문데요,
레이저나 도장으로 찍어내는 것과 비할 수 없는 깊이가 담깁니다.
[임장식/장도장 : "진주 장도는 쪼이질, 쪼이질은 이제 전통 조각기법에 조각되고 난 마무리 씨를 내려 앉혀서 조각 자체를 양각으로 만들어 버리고…."]
식도 외 일상에서 쓰던 칼은 장도가 유일했지만, 1968년 휴대용 칼이 대량 생산되면서 장도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장도를 배우기 위해 전수관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는데요.
이 젊은 교육생은 7년의 배움 끝에 얼마 전 쪼이질을 시작했습니다.
장도가 지닌 은근한 멋에 빠져들었습니다.
[정지인/10년 차 교육생 : "보통 중국의 칼이나 일본의 칼 하면 칼을 숨기지를 않잖아요. 나는 칼이에요 하고 드러내는데 은장도는 안 그래요. 겉으로 딱 봤을 때는 우리가 그게 칼인지 노리개인지 모를 정도로 숨기고 있잖아요."]
장인의 기술이 후대에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장도에 필요한 연장까지 직접 만들어서 씁니다.
[임장식/장도장 : "이 탱자나무로 망치자루를 만들면 내 대에도 쓰고 이걸 그대로 후대에까지 물려줄 수가 있어요."]
쪼이질을 포기하는 건 장도를 버리는 것.
수천, 수만 번의 쪼이질을 거듭하는 사이 36년이 흘렀습니다.
[임장식/장도장 : "제자들이 한 20명 정도 배우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다시 장도 기술을 완성해서 사회에 나갔을 때 그분들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또 보급할 수 있고."]
더 많은 이들에게 전통 쪼이질을 전수하고 싶은 임장식 장도장.
잊혀진 칼에서 생활 속 공예품으로 장도의 자리를 되찾는 것, 장인의 한결같은 바람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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