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쇄신, 좋긴 한데 왜 하필 지금인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재보선 무공천, 586 퇴진,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등 인적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5일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 쇄신이 많이 미흡했다"면서 "나부터 쇄신하겠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에서 2030 세대를 30% 이상 공천하고, 윤미향 의원 등 국회의원 3명에 대한 제명안 처리도 약속했다.
민주당의 인적 쇄신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당이 쇄신하고 기성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쇄신을 하더라도 그 사유가 명백해야 하고 일관성 있는 흐름 속에서 나와야 한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구태를 보였는데 오늘 쇄신한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시기적으로도 대선 판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쇄신한다고 하니 '선거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종로, 안성, 청주 상당구의 무공천 방안만 봐도 그렇다. 성희롱 의혹으로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에서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당규까지 고친 민주당이 이제 와서 "귀책사유" 운운하니 의아할 뿐이다. 윤미향 의원의 제명안 처리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의원의 정의연 후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친일 세력의 모략극"이라며 민주당이 적극 두둔하던 때가 떠오른다. 586 세력의 용퇴도 말은 거창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 우리 정치판에서 586 세력이 모두 퇴진한다면야 민주당의 쇄신 의지를 믿겠지만 언감생심이다.
민주당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요동치고 있는 대선 판세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인적 쇄신도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송 대표의 말대로 당연히 쇄신해야 하고 기성 정치인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나 이게 대선을 겨냥한 일회성 립서비스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 후보도 스스로 자꾸 사과만 할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대장동 의혹이나 형수 욕설 등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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