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금융 자문그룹도 "원전·천연가스 녹색 분류 부적절"

김정수 2022. 1.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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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기후]'지속가능 금융플랫폼' 24일 의견서 공개
"집행위 초안, 분류체계 규정과 불일치"
독일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해 말까지 모두 폐쇄된 바이에른주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위키미디어 커먼스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대해 전문가 자문 그룹에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해 주목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금융에 관한 EU 플랫폼은 24일(현지시간) 천연가스와 원자력은 현재 상황에서 녹색에너지로 간주될 수 없기 때문에 초안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개했다. 이 의견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의 검토 요청에 따라 작성돼 지난 21일 집행위에 공식 제출된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달 31일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회원국과 전문가 자문 그룹에 보내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그린 택소노미는 투자자들에게 EU가 설정한 6가지 환경 목표에 기여하는 지속가능 경제 활동을 명확히 해, 녹색 투자를 돕고 녹색 세탁(지속불가능한 투자를 녹색투자로 포장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분류 기준이다.

EU 지속가능 금융 플랫폼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 초안의 기술심사 기준(TSC)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유럽연합 기후 위임법의 기술심사 기준은 물론 분류체계 규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융 플랫폼은 의견서 브리핑 노트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녹색으로 분류하는 기술 심사 기준과 관련해 “기준이 분류체계 규정에 명시된 다른 환경 목표(물과 해양자원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예방과 통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 등)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 규정은 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완화(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및 복원, 환경오염 방지 및 관리 등과 같은 환경목표 가운데 하나 이상의 달성에 기여하면서, 그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을 것(DNSH, Do No Significant Harm)을 요구하고 있다.

‘디엔에스에이치’ 원칙은 원자력이 그린 택소노미로 진입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요청으로 원전의 위해성을 검토한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는 지난해 3월 “용납할만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 결론을 재검토한 보건환경과학 전문가 그룹은 유럽연합에 제이아르시가 원전의 위해성을 과소 평가했다는 의견을 냈다. 게다가 방사성폐기물 전문가 그룹마저 원전의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이 논쟁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유럽연합 금융 플랫폼은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의견서에서 “가스발전은 발전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킬로와트시(㎾h)당 100g 미만 배출할 때만 기후변화 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며 “(집행위가 제시한)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제시된 대안적 기준은 분류체계 규정에 따른 지속가능한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고, 녹색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집행위가 공개한 초안이 ㎾h당 온실가스를 270g 미만 배출하는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녹색 투자로 인정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유럽연합 지속가능 금융 플랫폼의 나단 파비안 의장은 “지금은 기후 중립이라는 환경적 현실에 대한 경계를 모호하게 할 때가 아니다”며 “택소노미가 유용하려면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선택을 강력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집어 말하면 집행위 초안에 제시된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대한 녹색 판정 기준은 모호하고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유럽연합 지속가능 금융 플랫폼에는 이.온과 같은 전력사는 물론 유럽투자은행, 유럽투자펀드 등의 중요한 금융기관들도 포함되어 있어 이번검토 보고서가 무시 못할 무게감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 21일로 회원국과 전문가 그룹의 의견 수렴을 마무리했으나 유럽의회 의원들과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공청회 등을 통한 추가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집행위는 관련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진 상태여서 별도의 공청회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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