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판돈 키운 푸틴..'전쟁 위험에도 발 못뺀다'

원태성 기자 2022. 1. 25.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 사태 진단 ① 무력 충돌 불가피] 입장 번복시 국제사회에서 패배자로 낙인
러, '서방발' 우크라 침공설로 경제 위기 직면도 한몫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러시아가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에서 러시아는 그동안 치룬 비용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도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동유럽국가에 더 많은 군사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인 기존 입장을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갈등 속 입장 번복시 국제사회에서 패배자로 낙인, 국내 시장 위기 등 정치적, 경제적 손익계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아브디우카 인근 참호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2022.01.20/news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러, 일방적 철군 결정시 일방적 패배 낙인…향후 입지 약화 우려

러시아는 최근 몇년간 나토의 동진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로 많은 병력을 배치해 왔다.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에 또다시 친서방 노선을 계승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을 밀어붙이자 러시아는 끝내 접경지역에 병력 10만 명 이상을 배치, 침공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8일 합동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에도 군사를 집결시켰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외교관 가족들의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전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

특히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군사대응까지 암시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8500명의 미군 대부분은 동맹이 그들을 소집할 경우 나토의 신속 대응군(NRF)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치 준비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병력 증강에 대응해 동유럽에 전투부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인 후퇴를 할 경우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혀 향후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에서 러시아의 목표는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동진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면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분석의 이유다.

러시아함대가 지난해 2월 인도양 북부 해상에서 이란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방 국가의 경고에 러시아가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는 현황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러시아 해군은 이날 아일랜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훈련이 지난주 예고한, 동해를 비롯한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북극해 등 러시아를 둘러싼 전 해역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이 동유럽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한다고 암시한 직후 나오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국방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남서부 EEZ가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을 향한 진입로일 뿐만 아니라 대서양 횡단 케이블(transatlantic data cables)과 인접한 곳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번 훈련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나토가 병력 증강을 예고한 발트해에서의 해상 훈련을 위해 ‘스토이키’ ‘소오브라지텔니’ 등 2척이 출항했다는 사실도 발표햇다. 해당 초계함에는 발트함대 소속 해병대 대테러팀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또한 20척의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을 발트해 훈련 해역으로 보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세르게이 소비아닌 모스크바 시장과 만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 경제 위기도 우크라 갈등 후퇴할 수 없는 명분

서방과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러시아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1월 초부터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6% 가까이 떨어졌고, 스베르방크, 가스프롬 등 러시아 우량주는 24일 거래에서 10% 넘게 하락했다.

러시아가 자국 경제 위기의 원인을 서방 국가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 후퇴의 명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디언의 분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나토 동맹의 병력증강 발표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며 "우리가 직면한 경제 위기도 나토와 미국이 보여준 행동으로 인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서방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위협은 동맹국들에 대한 '보호'를 합리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k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