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철통방역' 마늘도 코로나 검사..일부지역 국제우편 받아도 핵산검사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2. 1. 25.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중국 허난성 위저우에서 방역요원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마늘 잎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와 있다. 웨이보 동영상 캡쳐


중국에서는 해외에서 배달된 택배 등 국제 우편물을 받은 사람도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마늘도 핵산 검사를 받는다. 중국이 ‘제로(0) 코로나’를 고집하며 철통 방역을 유지하면서 각 지역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는 최근 주민들에게 국제 우편물을 수령한 경우 3∼7일 사이 핵산 검사를 받으라고 통지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광저우시는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국제 우편물 수신자에게 직접 문자를 통해 핵산 검사를 안내하고 있으며, 우편물 영수증을 보여주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둥성에서는 광저우 외에도 샨웨이(汕尾)시와 자오칭(肇慶)시 등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수도 베이징과 광둥선 선전시 등에서 국제 우편이 코로나19 감염원으로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5일 첫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생했는데 방역당국이 감염자가 2주간 베이징을 벗어난 적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례도 없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국제 우편물을 감염원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해외 물품 구매 자제를 권고하고, 국제 우편물의 검사와 소독 강화, 개봉시 주의사항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제품 포장지나 택배 등 물체 표면을 통한 접촉으로는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나 전문가들의 견해이기 때문에 중국의 방역 조치는 다소 과도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과도한 방역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 위저우(禹州)에서 방역요원이 하우스 재배되는 마늘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진행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구매상들의 요구로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재밌고 황당한 검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늘에 농약 대신 백신을 줘야 한다거나 격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섞인 반응도 나온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들은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서 기인한다.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지역 관료와 방역 담당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기 때문에 때로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방역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위저우에서는 최근 또 다른 사례도 논란이 됐다. 거주지역이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돼 학교에 머물고 있던 한 여고생이 학교의 허가로 귀가하려다 집 근처 검역소에서 제지당해 밤새 눈 길을 헤맨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여고생은 학교에서 18번이나 핵산 검사를 받아 음성증명서까지 갖고 있었지만 끝내 귀가를 제지당해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논란이 일자 방역당국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거주지가 저위험 지역으로 조정되면 순차적으로 귀가 조치를 하고 있는데 학생의 주거지가 잘 못 기재돼 벌어진 일이라고 공개 해명을 했다. 위저우는 쉬창시의 현급 지역으로 이달 초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에 따라 봉쇄조치가 내려진 곳이다. 쉬창시에서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방역 담당자 13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