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첫 노사 임금교섭 '불발'.. 노조 총투표서 '90.7%'가 반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추진 중인 임금협상 체결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2021년도 임금교섭 최종안이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다. 노조는 사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했다며 쟁의행위권 확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지난 22일부터 시작한 사측의 임금협상 최종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의견 90.7%로 부결시켰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임금교섭을 진행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경영 방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느꼈다"며 "사측의 불성실 교섭에 따라 나온 회사측 최종안은 최소한의 성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발전기금 3000만원 지급, 의미 없는 복지조항들의 나열 뿐이었다"면서 "노조가 강력히 주장한 휴식권 보장과 임금피크제 폐지마저 교섭이 아니라 상생협의체에서 다루자며 최종적으로 노조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노조 공동교섭단에 2021년도 임금협상 최종 교섭을 진행하고, 임금·복리후생 교섭 최종안을 전달했다. 최종안에는 노사 상생협의체를 통한 임금피크제 폐지 또는 개선방안 협의, 임직원 휴식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 등이 담겼다. 이후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조합원 4500명을 대상으로 전날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노조는 "압도적인 부결 결과로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뜻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이고 깊이 있는 대책 논의를 진행했다"며 "조합원들의 뜻을 받아 진윤석 위원장이 책임지고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석이 된 위원장을 새로 선출한 뒤 쟁의행위권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을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고 사측에 맞선 더 큰 투쟁을 조직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사는 지난해 10월 임금협상을 시작해 본교섭 9차례를 포함해 15회의 교섭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의 노조가 있다. 이 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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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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