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뚫렸는데 왜 막나'..일본 입국금지에 불만 폭주

강민경 기자 2022. 1. 25. 1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달째 입국 막는데도 하루 확진자 5만명 넘어
게이단렌도 "쇄국정책 하냐".."외국인 혐오" 지적도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점 조치가 내려진 일본의 도쿄 하네다 공항에 한산한 입국장의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두 달째 이어지는 일본의 외국인 신규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세계 각국의 근로자들과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AF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자 지난해 11월30일부터 유학생과 기업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 발이 묶인 근로자와 학생만 무려 37만여명에 이른다고 AFP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여성인 야니타 안토코(30)는 일본에 있는 남편과 살림을 합치기 위해 고국에서 1년을 넘게 기다려왔다. 입국 서류도 모두 구비했고 이민을 위해 향신료 사업도 접었지만 일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안토코는 "남편과 같이 살며 아이를 갖고 싶다"며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점 조치가 내려진 일본의 도쿄 하네다 공항에 텅 빈 출국장의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네팔인 산토슈(28) 또한 고통스러운 처지에 있다. 일본에서 경영학 학위를 땄고,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 기업의 한 국제 마케팅 부서로부터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그러나 그는 2020년부터 네팔에서 일본 이주 허가를 기다리며 꼼짝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AFP 인터뷰에서 "내가 일본에서 일하려는 계획을 취소한다면, 지난 6년간 공부한 게 헛수고가 된다.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고 말헀다.

프랑스 학생 릴루 보스(21)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 입국을 희망하고 있지만 같은 처지에 놓였다. 일본에 약혼자가 있는 그는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AFP 인터뷰에서 "일본어 수업은 새벽 4시에 끝난다"면서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밴드를 홍보하는 일로 경력을 쌓고 싶지만, 일본인 약혼자와 떨어져 있으니 영혼의 절반이 사라진 것처럼 공허하다고 토로했다.

30일 (현지시간)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일본의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주차된 여객기와 버스가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 퍼졌는데 왜 막나' 입국금지 무용론 확산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가 무용하다는 의견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22~23일 무려 5만명을 넘어섰다.

학계 및 재계에서도 일본이 비타협적인 입국 제한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하일 므로체크 주일 유럽연합(EU) 사업협의회장은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올 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감염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번 제재는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거의 외국인 혐오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가장 강력한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이번 입국 금지 조치를 17~19세기 일본의 '쇄국 정책'에 비유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AFP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재고하길 촉구했다.

외국인 제자들을 못 받고 있는 학자들도 나섰다. 미일 교류와 관련된 학자들은 기시다 총리에게 "(입국 금지는) 일본의 외교적 목표와 국제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30일 (현지시간)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일본의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의 텅 빈 출국장에 직원이 서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학생들, 이제 한국 등 다른 나라로 눈 돌린다

일본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 사업가 다비데 로시는 "15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해외에서 못 들어오고 있고, 2년 동안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최소한의 시간표나 계획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시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위해 수만 명의 외국 선수나 관계자, 언론인들이 일본에 입국하는 것을 보면서도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 와중에 국비 유학생 87명의 입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나머지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서 좌절한 학생들은 이제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하나'라고 밝힌 이란 출신 수의학과 1학년생은 일본의 한 대학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듣고는 있지만, 필수적인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본에 4월까지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이후에 다른 나라, 아마도 캐나다나 미국을 고려하게 될 것 같다, 입국이 안 되면 일본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신규입국 금지 조치를 2월 말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한 외무성 관리는 이 조치를 옹호하며 "일본과 다른 나라 사이에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수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폴란드와 독일, 말레이시아 등의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유학생과 기업 근로자 들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