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최우식·김다미 서사에 이토록 몰입했던 걸까('그해우리는')
[엔터미디어=정덕현] 삶이 힘들지 않은 이 누가 있으랴.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청춘들이 그렇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던 상처를 가진 최웅(최우식), 부모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와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온 국연수(김다미), 늘 떠났다 갑자기 돌아오곤 또 떠나는 엄마를 그저 기다리다 바라보다 이젠 포기했던 김지웅(김성철), 톱 아이돌이지만 친구 하나 없고 사람들이 마구 내놓는 구설과 평가가 익숙하지만 이젠 내려와야 할 때라 생각하는 엔제이(노정의). <그 해 우리는>이 담은 청춘기록에 담긴 청춘들은 모두가 힘들다.
이들의 힘겨움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부모의 부재로부터 비롯된다. 어느 날 거리 한 복판에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아버지 때문에 최웅은 '버림받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이 트라우마는 훗날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최웅의 그림 속에 사람을 지워버린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나무만 그린다. 사람이 없는 그의 그림에 대해 대학시절 그의 그림을 훔쳤던 누아(곽동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네 그림도 보다 보니까 지루하다. 텅 비어있잖아."
국연수는 할머니와 단둘이 생계를 꾸려가며 현실에 치인다.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힘겨워 최웅에게 일방적인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최웅에게 가장 아픈 말을 던진다. 자신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게 바로 너라고. 하지만 국연수는 10년 후 일 때문에 다시 최웅을 만나고 그와의 엇갈렸던 오해를 풀고 그와 달달한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넘어야할 일이 남아있다. 나이 들어 자꾸만 약해지는 할머니가 자꾸만 떠나려 한다. 할머니는 그런 국연수를 밀어내며 네 삶을 살라고 하지만 그는 그게 쉽지 않다. 할머니가 있어 버텨왔던 삶을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갑자기 떠났다 다시 돌아온 김지웅의 엄마는 돌연 다큐 PD인 아들에게 자신을 찍어달라며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털어 놓는다. 김지웅은 혼돈스럽다. 어려서 포기했고 그래서 이제 엄마가 떠나도 돌아와도 무덤덤해진 자신이다. 그래서일까. 엄마가 곧 죽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아프다. 자신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그 상황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는 카메라에 포착된 국연수를 한 발치 떨어져 들여다보며 짝사랑해온 것처럼 자신과 관계된 이들과 엮이지 못하고 한 발 떨어져 있다.
어린 나이에 성숙해진 엔제이는 늘 주목받던 자신에 대해 다소 적당한 거리를 두는 최웅에게 마음이 간다. 하지만 그는 최웅이 국연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또 최웅에게 까였다는 사실 같은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친구가 되자며 손을 내민다. 그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거대한 집에 늘 혼자다.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빈손이다.
<그 해 우리는>은 청춘 남녀들이 10년에 걸친 세월을 통과하며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사랑하고 아파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청춘멜로지만 그저 4각 멜로가 주는 사랑만이 아닌 삶의 버거움이나 아픔, 상처가 그 잔잔해 보이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 부모 세대로부터 버림받거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그 상처가 그 삶 속에도 영향을 미치는 청춘들이지만, 그들은 그래도 저마다 그 아픔을 극복하려 하고 성장해간다. 그게 가능했던 건 상처와 아픔을 준 이들만큼 이를 보듬어준 누군가가 있어서다.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았던 최웅은 지금의 새 부모인 최호(박원상), 이연옥(서정연)이 준 너무나 큰 사랑으로 잘 자라난다. 최웅은 물론이고 그의 친구인 김지웅도 나아가 최웅의 여자친구인 국연수까지 모두 친자식처럼 보듬는 이들은 이 드라마 속에서 가장 이상화된 어른들이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자란 최웅은 그래서 김지웅이 엄마가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또 국연수가 찾아와 자신이 모든 걸 또 망칠까 두렵다고 할 때도 이들을 보듬는다. 국연수에게 유일하게 남은 어른인 할머니 강자경(차미경)도 손녀의 행복을 위해 그를 밀어낸다. 자신은 손녀 하나만 있으면 되지만, 국연수는 자신처럼 살면 안된다고 말한다. 사랑도 하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그 해 우리는>의 청춘들에게 우리가 빠져들었던 건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삶 속에서도 모두가 저마다 아픔이 있고 그런 아픔으로 인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위로하게 되며 또 그런 아픔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어떤 성장에 이르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서다. 과연 최웅은 자신의 '텅 빈' 그림 속에 사람을 그려 넣을 수 있을까. 과연 국연수는 할머니만이 아닌 최웅과의 행복을 찾아내고 그가 그의 그림 속에 그려 넣을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과연 김지웅은 뷰파인더로만 보던 삶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 자신의 삶을 온전한 자신만의 다큐로 완성할 수 있을까. 엔제이는 화려하지만 외로운 그 삶에서 내려와 진정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들이 <그 해 우리는>에 우리가 몰입하게 된 이유다.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과 다시 만나는 그 과정들에 빠져들게 된 이유. 힘들지 않은 삶이 없지만 그래도 기댈 수 있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이들이 있어 그 시간을 버텨내고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성장해간다는 걸 이 드라마는 따뜻하게 그려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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