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자본시장 '수탁위 놀이터' 만들려 하나

기자 2022. 1.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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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대표소송 결정 주체로 일원화하는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지금은 기금운용본부가 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고 예외적으로 수탁위가 참여하게 돼 있는데, 이를 투자 전문성이 없는 수탁위가 전담케 하려는 것이다.

우량기업 이사들은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제기할까 봐 전전긍긍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제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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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보건복지부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대표소송 결정 주체로 일원화하는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지금은 기금운용본부가 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고 예외적으로 수탁위가 참여하게 돼 있는데, 이를 투자 전문성이 없는 수탁위가 전담케 하려는 것이다. 그리 되면 국민연금이 0.01%(비상장사 1%) 이상 투자한 1000여 개 회사와 수천 개의 그 자회사 이사들은 수탁위의 눈치 보기에 바쁠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소송이 경제성보다는 정치적 목적 실현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다. 악용의 대표적인 예는, 연기금의 운용수익률 저하와 연금사회주의화 등이다. 두말할 것 없이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은 주가가 올라야 함은 물론 수익률도 제고돼야 한다. 안 그러면 국민의 노후 마중물인 연기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연금만큼은 설령 승소하더라도 주가 하락이나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된다면 대표소송 제기를 자제해야 함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대표소송이 활성화돼야 경영 투명성이 제고돼 향후 대상 기업의 주가는 물론 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대표소송은 양날의 칼 같은 제도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탁위 입장에서 볼 때 이 제도는 한 날의 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사들은 패소하면 손해배상과 소송 비용을 모두 부담하지만, 국민연금이 패소할 경우 수탁위원들은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오히려 이를 국민연금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도 수탁위가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수탁위가 이사들의 위법행위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손해 발생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기업 대부분은 ‘우량’이어서 회사 내에 준법감시인과 내부통제 절차를 통해 위법사실을 사전에 걸러내고 있다. 승소 관점에서 보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런데도 수탁위 입장에서는 한 날의 칼을 휘두를 유인은 충분하다. 우량기업 이사들은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제기할까 봐 전전긍긍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20여 곳에 기업 주주가치 훼손 사건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묻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서한을 받은 기업들과 그 자회사들은 투자부터 집행까지 일일이 수탁위의 자문과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제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금사회주의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수탁위의 경영 간섭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수탁위는 투자 전문가가 아닌 정부·정치권·노동계·지역가입자 등의 대표들로 구성돼 있어 이해집단의 밥그릇 지키기에 필요한 요구를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탁위보다는 투자 전문성을 확보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표소송을 전담하도록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수탁위가 전담해야 한다면, 위법부당한 대표소송으로 발생한 손해는 이사들처럼 수탁위 위원 개인들이 부담하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들의 놀이터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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