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이재명의 '反시장 경제관'

기자 2022. 1.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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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경제 하려는 의지’ 급속 추락

국민의 국가 의존 타성화 심각

재정 마약이 삶 개선하지 못해

기본금융은 전체주의적 발상

공짜 대신 ‘땀’ 존중받게 해야

후보 경제관이 국가 명운 좌우

‘경제 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는 부(富)를 추구하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의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197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A 루이스 교수가 처음 썼다. 그는 인도가 공업 진흥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경제개발의 관건은 자원의 투입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공산 국가들의 이른바 계획경제가 성공할 수 없었던 것도 국가가 국민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꺾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국민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자극한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다.

작금 한국의 경제 상황은 풍전등화다. 국제 무역 환경, 국제 금리와 환율 등을 따지지만, 국민과 국가의 ‘경제 하려는 의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니, ‘기본 시리즈’로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주겠다고 하니, 국민은 국가의 ‘자비로운 손’만 쳐다보면 된다. 국민의 ‘국가에 대한 의존’은 이미 타성화했다.

대선 정국이다. 대선 후보의 경제관이 ‘국가경쟁력’의 요체다. 대선 후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은 흘러가게 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반(反)시장적 경제관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는 ‘국가권력으로 발생하는 신용이익을 사회적 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했다. 억강부약(抑强扶弱) 차원에서 약자 차주에게 저(低)이자율로 빚을 주라는 주문이다. 그 논리가 맞는다면 저소득층에는 소주를 반값에 팔아야 한다. 이자율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가격인 것이다. 가격을 비틀면 시장은 붕괴된다.

그는 ‘신용이익의 원천’이 국가권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제도적 혜택은 국가로부터 온 것이 된다. 이는 국가 전체주의 사고의 ‘일단’이 아닐 수 없다. 비근한 예로, 베네수엘라도 주권국가인데 그 국민은 왜 신용이익을 나누지 못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가권력은 신용이 제도화되도록 돕는 ‘촉매’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권력이 신용의 원천은 아니다. 그리고 신용은 국민주권과도 무관하다. 금융의 본질은 대차(貸借)이고 그 기저에 신뢰가 존재한다. 빌린 돈을 갚아야 다음 사람이 또 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화폐 발권력과 신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50만 원도 못 빌리는 사회적 약자’를 조연으로 출연시킨다. 제도권에서 차용을 못 해 사채시장으로 가게 되고,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금융’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상황 설정 능력은 늘 그 자리다.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사회 초년생이 사회적 약자인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 최소한의 ‘종잣돈(seed money)’을 모으도록 유인을 제공하고 금융교육을 통해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 청년에게 ‘국가 의존을 타성화시키는’ 물고기(기본금융)를 줄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그는 “혁신의 결과물은 존중하지만, 독점의 횡포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혁신의 결과는 독점이 아닌 ‘초과이윤’이다. 그는 혁신자의 이익을 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의 후발 주자지만 여기까지 왔다. 혁신의 유인을 없애면 혁신의 싹은 고사(枯死)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이상으로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증세는 조세 저항을 부르므로 자폭 행위다. 미래의 자산을 현재로 앞당겨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통스럽게 세금 걷지 말고 편하게 빚을 내라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정부의 가계 지원이 부족해 가계부채가 쌓였다”고 했다. 정부가 빚을 충분히 내지 않아 가계의 빚이 늘었다는 것이다.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이런저런 명분과 형태로 찔끔찔끔 현금을 살포한다고, ‘사회적 마약’을 뿌린다고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세상에 거저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일 때, 자조와 자립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 안에 지난 5년 동안 잠든 ‘경제 하려는 의지’라는 거인을 깨워야 한다.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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