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벌써 '조정 마지막 단계' 주장 나온다는데

방현철 기자 2022. 1. 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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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수렁에 빠졌다가 반등한 월가 증시..모건스탠리는 "겨울이 왔다. 추가 하락"

25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9% 상승해 3만4364.50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28% 오른 4410.13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63% 상승한 1만3855.13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75%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저가 매수의 귀환인가’, ‘연준은 ‘월가 구하기’ 나설까’, ‘금리 인상과 주가’를 꼽았습니다.

‘저가 매수’를 외치는 JP모건의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24일 내놓은 투자자 노트에서 시장의 조정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콜라노빅은 “최근 위험자산에서 나타난 후퇴는 과하다”며 “기술적인 지표를 보면 과매도 구간에 들어가 있으며, 심리도 약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조정 국면의 최종 단계에 온 것을 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저가 매수의 귀환인가

이날 월가 증시는 장 초반 급락하다가 막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장 초반 상승하다가 막판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날은 다른 모습입니다. 저가 매수가 귀환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이날은 장 초반부터 미 연준의 긴축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월가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서 미국의 군사 개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S&P500은 장중 4% 가까이 떨어지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구간 초입에 들어갔습니다. 나스닥도 한 때 4.9% 떨어지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베어 마켓’에 진입하려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다우도 한 때 1100포인트 넘게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장 막판에 월가 3대 지수는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저가 매수’를 외치는 JP모건의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시장의 조정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콜라노빅은 “최근 위험자산에서 나타난 후퇴는 과하다”며 “기술적인 지표를 보면 과매도 구간에 들어가 있으며, 심리도 약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조정 국면의 최종 단계에 온 것을 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금리와 기업 실적을 둘러싼 우려가 너무 과하다”며 “경제 활동에 모멘텀이 생기고, 병목 현상은 완화되고 있으며, 강한 실적 시즌도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마르코 콜라노빅 JP모건 글로벌 전략가. /콜라노빅 트위터

그러나 여전히 S&P 기준으로 고점 대비 8% 가까이 떨어진 상태여서 이번 달은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된 2020년 3월 이후 가장 증시 성적이 안 좋은 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월가 증시를 가장 나쁘게 보는 모건스탠리는 최근 주가 하락세에 대해 자신들의 경고가 들어 맞았다며,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 문구를 빌려 미 증시에 “겨울이 왔다(winter is here)”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24일 보고서에서 1월 증시의 완패는 시장이 통화 긴축 정책과 성장 둔화 속에 수직 강하하는 이야기와 맞아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마침내 자신들의 경고와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말 S&P500 전망을 작년보다 떨어진 4400으로 월가 기관 중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전략가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윌슨은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윌슨은 “경기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광범위한 조짐을 찾기 위해 PMI(구매관리자지수)와 기업 실적의 수정을 모니터링해 왔다”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며, 증시는 이에 대한 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강세로 가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했습니다.

이날 나온 시장 조사 업체 IHS 마킷의 1월 미국 제조업 PMI 예비치는 55.0으로 전달의 57.7보다 낮았는데 이는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1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0.9로 전달의 57.6보다 낮고, 1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종합한 PMI도 1월에 50.8로 전달의 57.0보다 낮아졌습니다.

윌슨은 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방어적인 성격이 있는 가치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미즈호의 전략가들도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을 경고했습니다. 미즈호는 ‘긴축 발작’이 힘을 얻으면서 S&P500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져 3800선으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즈호는 연초에 2분기에 10~15% 하락을 전망했었습니다.

◇ 연준은 ‘월가 구하기’ 나설까

연초부터 월가 증시가 요동을 치는 가장 큰 요인은 미 연준이 매파적으로 변신을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5일 올해 양적 긴축까지 논의했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면서부터 출렁임이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3월 금리 인상’ 찬성 발언을 이어갔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연내에 양적 긴축을 할 수 있다고 거들었습니다. 작년 말 연 1.5%대 초반이었던 시장 금리가 연 1.9%까지 치솟으면서 금리 상승에 취약한 테크주가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중계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실 미 연준이 ‘인플레 파이터’로 나서서 긴축 정책으로 강하게 방향을 틀겠다고 나선 것은 작년 12월 15일 끝난 12월 FOMC였습니다. 당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올리겠다고 결정했고,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 번의 금리 인상 신호를 줬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월가에서는 더 강한 긴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같은 월가 전망에 확신을 갖게 한 계기가 12월 FOMC 회의록 공개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긴축 정책의 경로가 어떻게 될 지 미 연준이 보다 분명하게 설명을 한다면 긴축 정책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는 25~26일 열리는 FOMC가 끝난 후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게 됩니다.

일단 현재까지 월가의 긴축에 대한 전망을 잘 요약하고 있는 게 골드만삭스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월가의 주요 기관 중 가장 먼저 ‘3월 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4차례 금리 인상도 전망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해치우스는 주말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전망을 요약했습니다. 우선 올해 금리 인상 시기는 3월, 6월, 9월, 12월로 전망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월가 기관들은 올해 1~2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4차례로 굳어지는 모양새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양적 긴축 시작은 7월로 전망했습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는 향후 금리 인상폭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0.25%포인트씩 계속해서 올리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몇몇 연준 고위 인사들이 0.5%포인트를 올리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가 강해지면 미 연준이 더 매파적이 될 리스크를 제기했습니다. 해치우스는 “전망이 바뀌면서 매번 FOMC 회의에서 긴축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거나 양적 긴축 시작 선언 시기가 5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인상 횟수도 네 차례 이상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빅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온다면 연준 ‘풋’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풋’ 옵션을 사면 주가가 떨어질 때 이득을 보는데, 연준 ‘풋’은 주가가 떨어지면 연준이 행동에 나선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월가에서 나오는 얘기는 2018년 12월의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빠지자 미 연준이 태도를 바꿔 다음해에는 금리를 세 차례 내렸다는 것입니다. 당시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가 있는데도 미 연준은 금리를 올리면서 다음해에도 금리 인상을 예고했었습니다. 그러자 2018년 12월 S&P500이 14.8%, 다우가 14.7% 하락했습니다. 월가가 흔들리자 통화 정책 방향을 바꿨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2018년은 금리 인상기의 마지막 단계였고, 이번에는 금리 인상기의 초입이라는 게 다른 점입니다.

과거 연준은 ‘월가 구하기’에만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목적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었습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 돈 풀기에 나선 것에 대해 “우리는 월가 구하기에 나섰던 게 아니다. 메인 스트리트(은행시스템)를 구하기 위해 월가를 구해야 했던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고,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면 월가의 주가 상승을 위해 연준이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연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플레 억제입니다.

◇ 금리 인상과 주가

금리 인상기에 주가가 떨어지는가를 두고 월가에서는 과거 데이터를 갖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회사 트루이스트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케이스 러너가 1950년대 이후 12차례의 미 연준 금리 인상기를 분석한 결과를 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72~1974년의 금리 인상기를 빼고는 한 번도 주가가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12차례의 금리 인상기 동안 S&P500 지수는 연평균 9% 상승했습니다.

금리 인상기의 S&P500 주가 지수의 연평균 환산 등락률. /자료=트루이스트, 블룸버그

최근 사례인 1990년 이후 최근 4번의 금리 인상기를 보면, 1994~1995년에는 연평균 4.1%, 1999~2000년에는 연평균 10.5%, 2004~2006년에는 연평균 8.2%, 2015~2018년에는 연평균 8.4% 상승했습니다.

특히 첫 번째 금리 인상 후에 주가가 충격을 받아도 결국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가 1994년, 1999년, 2004년, 2015년 등 과거 4번의 금리 인상기에 첫 금리 인상이 있었던 해를 분석했는데, 금리 인상 후 3개월 동안 S&P500은 평균 1.6% 하락했지만, 6개월 동안을 따지면 평균 7.4% 상승한 것으로 나옵니다.

또 첫 금리 인상이 있기 전 3개월 동안을 보면 평균 9.3% 상승했습니다.

스트라테가스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1990년 이후 4번의 금리 인상기 때 첫 금리 인상 이전 3개월 동안 많이 올랐던 업종은 소재, 산업재, 테크, 에너지 등이었습니다. 첫 금리 인상 이후 3개월 동안을 보면, 통신, 부동산, 에너지, 유틸리티 등의 업종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기는 속도가 과거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주가 하락이 나오는 만큼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S&P500 기업 중 약 20%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실적이 주가를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월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실적들은 월가의 비관론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기업들이 실망스런 가이던스(실적전망)을 내놨고, S&P500 기업 중 오직 마이크론만이 어닝 서프라이즈와 더불어 전망치를 높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8% 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실적 증가에 따른 주가 상승 정도는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월가 회사들의 S&P500 연말 주가 전망의 평균은 4982입니다. 현재보다 13%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 /골드만삭스 트위터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들은 정신을 못 차릴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주가 움직임에 매몰되다가 큰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 연준의 긴축 정책 경로가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때문에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증시는 출렁임이 강합니다. 이번 주에 미 연준이 향후 긴축 정책의 경로를 좀 더 분명히 얘기할 지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금리 인상이 경제 성장을 뜻하는 것이라면 증시에 충격을 크게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과거 첫 금리 인상 후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는 사례를 들기도 합니다. 금리는 증시에 들어오는 유동성에 영향을 크게 주는 만큼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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