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쪽짜리

정인선 기자 2022. 1. 2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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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2팀 정인선 기자

"진정성이 부족하다." 최근 열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선 후보 토론회를 두고 과학기술계가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스케줄 상의 이유로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일찌감치 불참을 결정했고, 당초 참석키로 했던 심상정 후보마저 '일정 중단' 선언 후 돌연 잠적하면서 대리참석마저 불발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윤 후보 대리참석자인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행사 전날 돌연 토론시간 단축을 요청했고, 이는 패널 전원의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원 정책본부장이 생중계 중 개인 전화까지 받으면서 태도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나마 안철수·김동연 후보가 직접 참석하면서 과기계 비전을 내놓기도 했으나, 현장의 씁쓸한 반응을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반쪽짜리'로 열린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삐걱댔다. 물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자가 모든 일정을 챙길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누구보다 바쁠 후보들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씁쓸함을 감추기도 하고 "그래도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과총 토론회는 참석하는 게 다행"이라고도 한다. 꼭 과기 공약 토론회를 대전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전 그리고 KAIST는 국가성장을 견인해 온 대덕특구는 물론 명실상부 국내 우수 과기 인재가 모인 집적지라는 점에서 아쉬운 심정은 감출 수 없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학기술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며 "그 중심지가 바로 여기 대덕연구개발특구"라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그 과기계 중심에서 열린 토론회가 '알맹이 빠진' 행사로 마무리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과기계 한 인사는 "주요 후보들이 KAIST 토론회에 대거 불참한 모습을 보니, 아직도 과기계가 우선순위에 밀린 듯 해 김이 빠진다"며 "공공연구개발의 산실인 대덕특구 과학자들과도 많은 소통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우려 섞인 반응이 팽배하다. 여전히 진정성이 부족하고 공약의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시대다.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하는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후보들의 과학 비전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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