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새 국제질서 계획..韓, 선택할 상황 올 수도"-FT

최서윤 기자 2022. 1. 25.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푸틴, 미국 주도 '단극체제' 저물고 개별 영향권 형성 원해
러, 우크라 침공 시 중, 대만 침공 가능성..둘 다 승전 시 美 주도 질서 붕괴 현실화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는 길을 바라보는 중국과 다시 강대국으로 거듭나길 열망하는 러시아가 미·유럽 서방 중심 자유주의·보편인권에 대항, 새 국제질서를 계획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시징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에서부터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사태까지 번번이 서방의 비판에 맞서며 서로를 지지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이런 중·러의 밀착이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쇠퇴와 맞물려, 유럽 내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중국의 대만 침공이 성공해 미국의 태평양 지배력 종말이 기정사실화되면, 한국과 일본처럼 미국에 안보를 기대는 국가는 새 질서에 적응하는 쪽을 선택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대만 위기 속 시진핑·푸틴 밀착 '주목'

최근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동유럽 안보 긴장이 한껏 고조된 가운데, 지난달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선 안 된다'는 러 측 요구를 지지했다.

두 정상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는데, 같은 취지에서 푸틴 대통령은 내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시 주석을 만난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잇단 '외교적 보이콧'으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올림픽에 찬물이 끼얹어진 직후 이뤄진 두 정상의 화합이라 더 주목을 샀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당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일부 국제세력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빙자해 중국과 러시아의 내정에 자의적으로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두 정상은 미국이 자국 정부를 깎아내리고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지난 2일 LPG 가격 상한제 폐지 반대를 이유로 일어난 시위는 점차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개입으로 일주일 만인 9일 진정됐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019년홍콩에서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일어난 시위는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됐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옛 소련 권력이 지금까지 유지돼온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난 최근 혁명을 중·러 모두 '색깔 혁명'으로 칭한 것도 한 예다. 색깔혁명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정부 타도 시위를 가리킨다. FT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3~2014년 친러 정권을 몰아낸 우크라이나 마이단의 배후로도, 중국은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의 배후로 각각 외세의 개입, 즉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해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중·러 정부를 전복하는 것이며, 이들 국경 지역 민주화 세력은 미국이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라고 믿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현재 세계 질서를 특징짓는 두 가지는 '단극체제(unipolarity)'와 '보편성(universality)'인데, 중·러는 이런 질서가 미국에 너무 많은 힘을 부여한다고 보고 반대, 이를 바꾸려 한다고 FT는 진단했다.

소련 붕괴 이후 편성된 미국 중심 단극체제에서 1991년 걸프전을 시작으로 계속된 미 주도 군사 개입 속 글로벌 동맹이 형성됐고, 그 중요한 축으로 나토가 있다. 나토는 2001년 9·11 사태 직후 집단적 방위 조항인 헌장 5조를 발동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함께했다.

그러나 지난 여름 아프간에서의 혼란스러운 철수로 상징되는 미국의 패배는 러시아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외교정책 사상가 표도르 루키아노프는 진단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는데,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 학과장은 "강대국으로의 부상이 중국에 세계 정세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를 시 주석은 "동양이 뜨고 서양이 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해왔다.

◇"東 뜨고 西 지고 있다…美 주도 세계 질서 붕괴"

서방이 자유주의 전통과 보편 인권을 장려했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와 다른 문화적 전통을 모색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가 '서양 문명의 일부'가 아니라 '동서를 모두 흡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 친정부 사상가들은 유교와 공산주의의 융합으로 개인의 권리 보다는 집단적 권리를 강조하는 나라를 표방한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를 통한 방역 성공 주장은 이 같은 집단행동과 단체의 힘에 대한 중국인의 우월감을 반영한다고 FT는 전했다.

현재의 국제질서하에서는 미국이 군사 개입을 통해서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른 나라에 강요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다양한 영향권이 존재하는 새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러시아에 있어 우크라이나가, 중국에 있어 남중국해와 대만이 그런 영향권이며, 이런 영향권에서는 미국도 중·러 각각의 지배력을 인정하고 시 주석·푸틴 대통령 체제를 위협하는 민주주의나 색깔혁명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중·러의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의 관심이 큰 데에는 이런 차원의 우려가 있다고 FT는 봤다. 매체는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독자적인 영향권을 구축하면 중국에 선례가 될 것을 알고 있다"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성공하면 시 주석이 대만을 공격하려는 유혹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단, 차이가 있다면 러시아의 목표는 다시 강대국이 되는 것이라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세계 질서 재편과정서 '전쟁' 발발할까

문제는 이런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전쟁이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엔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본부는 미국에 설치됐고, 가트(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체제 수립과 나토 창설 등으로 대표되는 현 세계 질서 속 나토와 유럽연합(EU)의 활동 범위는 러시아 국경 지대까지 확장돼왔다.

FT는 "러시아와 중국은 대리전을 통해 그들의 야망을 이룰 수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승리와 중국의 대만 침공 성공은 미국의 태평양 지배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시점에서는 한국과 일본처럼 안보를 미국에 기대는 나라들은 중국이 지배하는 새 질서에 적응하는 쪽을 선택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또 "우크라이나 위기를 강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는 계속 위협받을 것"이라며 "야심찬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부상이 이를 분명히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