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동유럽에 파병 검토

발트 3국 등 최대 5000명 보내기로… NYT “푸틴에겐 최악의 시나리오”

1월 22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 캠프 데이비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안보팀과 회의를 갖고 있다./백악관/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 수천 명의 미군과 전함, 군용기를 발트해 연안국과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이 신문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같은 나토의 동쪽 측면에 미군 수천 명이 추가 주둔하는 것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피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 군사 개입에 소극적이었는데 이번 결정이 “중요한 (개입) 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러시아 주변에 미군 자산을 추가 배치하는 여러 옵션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1000~5000명의 미군 병력을 동유럽 국가에 파병하고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 추가로 파병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폴란드에는 미군 4000명과 다른 나토군 1000명이 주둔 중이고, 발트 3국에도 나토군 4000명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군사 개입이 오히려 러시아를 자극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유발할 것을 우려해 러시아를 ‘도발하지 않는(do not provoke) 전략’을 취해왔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에워싼 10만 대군을 철수시키지 않고, 나토 회원국들과의 접경 지대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을 바꾸고 있다.

유사시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이 모든 영향력을 다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의 외교관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일부 미 정부 공무원의 철수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 시민들에게도 즉각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작년 12월 코로나 탓에 우크라이나에 내려진 최고 단계 여행 경보 ‘여행 금지(Do Not Travel)’를 재발령하면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한층 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