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황 어렵다고 신년 회견 안 한다는 文, 끝까지 비겁할 건가

조선일보 2022. 1. 2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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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려면 신년 기자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오미크론 변이를 핑계 삼아 매년 해오던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핑계일 뿐이다. 실제로는 모든 국정 상황이 내세울 것이 없고 변명마저 곤궁한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국민에게 계속 선전해왔으나 더 이상 그 거짓을 이어갈 수 없게 되고 있다. 북한은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이어 ICBM·핵 개발 재개까지 선언했다. 북이 우리 국토를 겨냥한 도발을 계속하는데도 남북 쇼 할 궁리만 해왔다. 설사 ‘종전 선언 조인식’을 한다고 해도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도발할 수 있는 집단이 북한이다.

여당 대선 후보까지 거듭 사과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코로나 방역 논란, 청년 일자리 문제 등 지난 5년간의 국정 실패도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최근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임기가 끝나는 친문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 연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선 편파 관리를 위한 노골적 행태다. 이에 선관위 공무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선관위 간부들은 후임 상임위원을 또 친여 인사로 임명할 때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문 대통령이 이 많은 현안들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다. 특히 자신이 직접 나선 선관위 사태에 대해 어떤 사과를 하는지 듣기 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이번에도 그가 뒤로 도망가 숨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궁색한 처지에 몰리면 국민 앞에 나와 허심탄회하게 사실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대신 뒤로 숨어 모른 척해왔다. 임기 마지막까지 그런 비겁한 행태를 조금도 바꾸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었지만 허언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브리핑·기자간담회 등을 150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여 차례 했는데 문 대통령은 9차례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미리 각본을 짜놓은 쇼에 가까웠다.

모든 조직의 리더는 공(功)은 부하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생색낼 거리가 있을 때는 부하 몫까지 가로채 앞으로 나서고, 입장이 곤란하면 부하들에게 대리 사과를 시키곤 했다. 이번에도 상황이 궁하자 신년 회견마저 못하겠다고 한다. 5년 동안 나라를 책임졌던 국정 책임자로서 더 이상 비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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