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촬영에 동원된 '말'이 죽다니..
'조이. 이게 이별은 아니야. 우린 형제야. 내가 맹세할게.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과 말의 뜨거운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기원전 3500년경,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말은 요즘으로 치면 비행기나 고속열차, 화물차 역할을 거뜬히 해낸 우리의 가까운 동반자였지요.
'지리적 조건이 뛰어난 아메리카 대륙이 유라시아에 비해 문명에서 뒤처진 이유는 단 하나, 장거리 수송과 전투, 농업에 필요한 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돕니다.
그런데 한 방송국 드라마에 출연한 말이 낙마 장면 촬영 후 사고로 죽었다는 어이없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다리에 줄이 묶인 말은 줄이 당겨지자 바닥에 머리부터 나뒹굴며 목이 크게 꺾이고 일어나질 못합니다. 말에 탔던 대역 배우도 튕겨 나가고요.
이 말은 '까미'라는 이름의 퇴역 경주마였습니다. 평생 인간을 위한 쇼에 동원되어 고생 고생하다가 불귀의 객이 된 겁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처럼 말 인형을 사용해도 손색이 없고, 한국의 커뮤터그래픽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왜 공영방송이 굳이 구시대적이고 잔인한 촬영기법을 동원했을까요.
미국 CNN 등 외신들도 동물 학대라며 비판하고 있는데, K콘텐츠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비판 글은 13만 명 이상 동의를 받을 정도로 동물에 대한 국민의식은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라고 했다죠.
'실감 나게 촬영한다'라는 말은 실제로 다치거나 죽지 않고 그렇게 보이게끔 촬영한다는 말입니다. 그게 진짜 실력이고, 그런 게 진짜 드라마, 영화 아닐까요. 실제라면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촬영에 동원된 '말'이 죽다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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