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지방분권 개헌' 두 가지 그림

김익태 2022. 1. 2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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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앞서 민소영 기자가 속보로도 전해드렸습니다만, 교육의원 존폐 여부 논란 속에 불거진 부공남 교육의원의 갑질 의혹 파문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제 KBS 단독보도가 하루 만에 다음에서 14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꽤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의료 피해자로서 부 의원이 정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인데요.

의료 피해 여부는 갑질 논란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령 의료 피해가 맞다고 해도 고위 공직자는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반대 반응은 이번 논란을 근거로 교육의원 제도 폐지가 당연하다는 주장인데요.

개인의 일탈과 제도의 문제 역시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합니다.

만약 도의원에게 비슷한 일이 있다고 해서 도의원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번 파문은 공직자들에게 자신의 권한이 누구에게서 온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원칙을 일깨워 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교육의원과 관련한 국회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회에 정치 현안이 쌓여 있다 보니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늦어질 경우 대선 이후에 결론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제가 말씀드린 내용 중에 한가지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습니다.

교육의원 입후보 자격과 관련해 현직 교원인 경우 입후보 하려면 사표를 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표는 당선 후에 내면 됩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사전에 사표를 내든, 당선 후에 사표를 내든 현직 교원들에겐 큰 불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들의 입후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주제로 들어가 보죠. 올해 초에도 언급했던 개헌 문제를 다시 가져오셨네요.

[기자]

네, 뉴스를 관심 있게 보시는 분이라면 지난주 두 가지 개헌 관련 뉴스를 접하셨을텐데요.

하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꺼낸 4년 중임제 개헌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국 시민단체들이 지역별로 동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지방분권 개헌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4년 중임제 개헌을 모든 중앙언론이 다룬데 비해, 지방분권 개헌은 중앙언론은 물론 지역언론에서조차도 별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앵커]

대통령 후보 발언이 더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지방분권 개헌 이슈에 대해 지역언론도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기자]

그만큼 지방분권 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겠죠.

또 하나의 이유는 지방분권 이슈가 특정 지역이 아닌 전체 지역과 관련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자체마다 각자 특별함을 요구하고 이에 대선 후보가 응답하는 구조는 강화되는 반면, 지역 전체의 요구를 이끌어 갈 주체는 약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거죠.

대선 후보들의 발언, 직접 들어보실까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15일 : "평화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서 기반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강원도 특성에 맞는 경제발전 전략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21일 :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과학 수도 대전을 4차 산업 특별시로 만들겠습니다. 중원 신산업 벨트를 구축하겠습니다."]

[앵커]

강원도는 평화특별자치도, 대전은 4차산업 특별시.

이렇게 되면 제주특별자치도도 더는 특별하다고 할 수 없겠네요.

[기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올해 초 이 시간에 두 차례 설명해 드린 내용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각 지자체의 특별함을 넘어 지역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개헌 문제가 왜 중요한지, 지방분권 개헌의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현행 6공화국 헌법이 1987년에 만들어진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어요.

개헌은 비현실적인 의제가 아닐까요?

[기자]

그만큼 어렵지만 이제 더는 개헌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인 것 또한 분명합니다.

1980년대의 낡은 헌법 체계로는 21세기의 복잡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없기에 대통령 임기 첫해부터 논의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유권자들이 얼마나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표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앵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이러저런 지역 공약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아닐까요?

[기자]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지방소멸 시대를 맞아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균형발전 공약은 지난주 수요일에 KBS 9시 뉴스에서 분석해드렸죠.

못 보신 분들은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를 할 수 있으니까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지역공약이 갖는 딜레마입니다.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강신구/KBS 공약검증 자문단/아주대 교수 : "중앙정부의 장의 입장에서는 '지방의 권한의 강화'라는 것은 자신의 권한을 내어놓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조금 잘 안어울리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고요."]

그 진정성에 대해서 아무래도 계속적으로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계획이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식으로 내 권한을 내려놓는 작업을 수행을 할 것이다라고하는 보다 더 구체적인 어떤 액션 플랜을 함께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앵커]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자신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겠는가에 대한 의문이네요?

[기자]

그래서 그 대안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강신구 교수의 주장인데요.

저는 그 실행계획을 개헌에 대한 약속이라고 봅니다.

정치개혁과 관련한 잘못된 상식이 몇 가지 있는데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는 명제가 그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헌 논의를 국회와 국민에 맡겨두고 새 정부는 자기 일을 해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앵커]

국회, 즉 정치권에 맡겨두면 제대로 논의를 할 수 있을까요?

권력구조의 문제,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만을 놓고 싸우다가 결론을 내지 못할 것 같은데요?

[기자]

중앙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그 문제여서 그렇게 흘러갈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보죠.

한국사회가 당면한 핵심 문제를 저출산-고령화로 꼽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와 함께 부동산과 지방소멸 문제 또한 자주 거론하구요.

그런데 이 문제들을 개별적으로 풀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이 모두 연결돼 있고, 해법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대통령 직속 8개 위원회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지방 소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놓고 공동 토론회를 열기도 했죠.

그 핵심 대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방분권입니다.

그래서 권력 구조에만 곤두서 있는 정치권에 모든 걸 맡기기보다 국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특히 지방분권이라는 대안에 대해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방분권 개헌안에 대한 정보공유부터 있어야겠는데, 이런 지방분권 개헌 요구는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기자]

지방분권운동은 민주화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시작됐지만 민주화운동이 간과한 지역문제를 핵심 의제로 끌어온 2000년대를 본격적인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흐름이 2002년 '지방분권국민운동'이라는 전국 조직이고, 그 결과물이 2003년 '지방분권특별법' 제정이죠.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역시 지방분권 운동의 중요한 역사 가운데 하납니다.

그런데 제주도민들도 피부로 느끼고 계시겠지만, 국회의 자발적 입법으로 지방분권 개혁을 이룬다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분권운동단체들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해 2012년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을 출범시킵니다.

처음으로 개헌을 의제로 꺼내 든 거죠.

이후 2017년 국민행동과 기초자치단체, 의회 등이 참여한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는 독자적인 개헌안을 제시하기도 하죠.

이쯤 제주에서도 지방분권제주도민행동본부가 출범합니다.

2019년엔 국민행동 등 지방분권운동 조직을 통합한 지방분권전국회의가 만들어지고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에는 시민사회활동가와 교수, 주민자치 대표 등으로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가 출범했습니다.

[앵커]

역사가 만만치 않네요.

2012년부터 개헌운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공통적인 개헌안은 있습니까?

[기자]

그동안 여러 기관단체에서 개헌안을 내놓았죠.

대표적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협의회에서 한국헌법학회에 의뢰한 연구, 앞서 말씀드린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에서 제안한 개헌안, 국회개헌특별위원회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한 내용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 공통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면, 지난 시간에 강조해드린 자치입법권의 보장, 즉 법령 아래에 조례가 있는 게 아니라 지방정부가 더 나은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자주재정권의 보장, 지방세의 종류와 세목을 자치법률, 즉 조례로도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눈길을 끄는 건 지역대표형 상원 설치 요구입니다.

국회 운영 비용을 현 수준으로 묶는 것을 전제로 상원과 하원, 양원제로 하자는 건데, 지난해 개헌국민연대가 제시한 안은 꽤 구체적입니다.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득표율에 맞게 현재 국회의원 정원 300명으로 하원을 구성하고, 제주와 세종에서 각각 2명, 나머지 시·도에선 3명씩 해서 모두 50명으로 상원을 구성하자는 주장입니다.

2공화국 당시 민의원, 참의원으로 운영했던 양원제를 지역대표성을 강조해 부활하자는 겁니다.

[앵커]

인구가 적다고 제주, 세종만 2명이라는 것도 불공정해 보이네요.

어쨌든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면 지방분권의 정신을 담은 내용도 개정 헌법에 담겨졌으면 합니다.

오늘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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