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일본인에게 천황은 어떤 의미인가

이규화 2022. 1. 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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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임금에 대한 충(忠)은 뜨거웠지만 일본인의 천황(일본 왕)을 향한 염원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일본은 천황이 그런 영을 내린다면 100% 그렇게 했다.

책은 일본의 독특한 천황 문화를 탐구했다.

더 특이한 점은 일본 역사에서 천황이 권력을 직접 행사한 시기는 매우 짧고 막부(관백)가 실권을 쥐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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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와 천황 이마타니 아키라 지음/이근우 옮김/AK 펴냄

한국인에게 임금에 대한 충(忠)은 뜨거웠지만 일본인의 천황(일본 왕)을 향한 염원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조선의 왕이 신하에게 자진을 명했다(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함부로 그럴 수도 없었지만) 해서 신하가 무조건 따르진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천황이 그런 영을 내린다면 100% 그렇게 했다. 그 방식은 대개 할복이었다. 곧 복종(服從)이었다. 한국의 충성이 도덕적 합리적 가치의 토대 위 문화라면 일본의 복종은 위계적 무조건적 몰가치한 문화라 할 수 있다.

책은 일본의 독특한 천황 문화를 탐구했다. 만세일가(萬世一家)라는 천황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통치체제다. 1500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더 특이한 점은 일본 역사에서 천황이 권력을 직접 행사한 시기는 매우 짧고 막부(관백)가 실권을 쥐었다는 것이다. 천황과 막부가 공존해온 일본 특유의 정치 문화는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일본문화 연구의 대가 루스 베네딕트는 명저 '국화와 칼'에서 이런 일본 문화와 일본인 성격의 기원을 가족제도, 조상숭배 신도(神道),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서 찾는다. 촘촘히 짜진 위계 속의 나의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어려서부터 훈육됐고 그에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목숨을 바치는 건 그에 비하면 가벼운 것이었다.

책은 가마쿠라막부부터 에도시대를 거치며 서임권, 황위 결정권, 외교권 등으로 무가 권력과 길항하며 천황제가 존속할 수 있었던 배경을 짚어나간다. 쇼군(관백)이 실권을 행사했으나 천황제 성립기(아스카시대 6~8세기) 도입된 율령제가 바탕이 되었기에 천황은 무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가(천황)와 무가(武家)의 공존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구상한 일본의 국제(國制)는 그 최고위에 항상 천황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막부시대에도 고대 율령제적 원리가 관철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히데요시의 통일 정권이 무로마치 전국(戰國)시대를 종료시킨 일종의 '왕정복고'라는 평가까지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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