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저희가 '망돌'이라고요?.."이렇게 망할 수는 없잖아요"
기사내용 요약
셀프 디스 콘셉트 모큐멘터리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로 주목
오늘 1년6개월 만에 컴백…신곡 '리카 리카' 공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떻게 보면 소희 언니는 곧 결혼할 나이야."(네이처 멤버들) "이러려고 내가 일본에서 왔다고 생각하면 진짜…."(일본인 멤버 하루)
신랄하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는 나…' 같은 정치권의 패러디로 재조명된 임재범의 '너를 위해' 노랫말을 딴 에피소드까지.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 중인 걸그룹 '네이처(NATURE)'의 모큐멘터리(Mockumentary·허구의 상황이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는 사실과 허구가 뒤범벅이 돼 네이처가 처한 상황을 너머 K팝 아이돌 문화까지 환기한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아이돌: 더 쿱(The Coup)'이 '망돌'(망한 아이돌)을 다루며 K팝 인기에 가려진 아이돌 산업의 이면을 다뤘는데,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 역시 다른 결로 아이돌 산업을 톺아본다.
네이처 멤버들이 신곡 '리카 리카(RICA RICA)'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을 극화한 것이다. 새 싱글을 발매하기 전 팀과 노래를 '빌드 업' 하는 과정을 거리낌 없이 보여준 셈이다.
동시에 1년에 '세 번 컴백'을 하다, 이번에 1년6개월 만의 컴백하게 멤버들의 솔직한 심정도 은연 중에 녹아들어갔다.
"활동을 하다가 점점 안 하니까 멤버들도 지치고…"(루)라는 고백은 사실에 가깝다. 또 "귀여운 거면 다 되는 줄 안다"는 멤버들의 셀프 디스, 컴백을 차일피일 미루는 회사의 모습도 마냥 농담은 아닐 것이다.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는 네이처 멤버들과 소속사 n.CH엔터테인먼트의 배수진(背水陣)인 셈이다.
그렇다고 네이처가 정말 '망돌'인가. 2018년 데뷔한 이 팀은 다소 느리지만 차곡차곡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져왔다. 정말 망돌이었으면, 이런 영상을 내보낼 용기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논현동 연습실에서 만난 네이처 멤버 소희는 "1년6개월 공백기 동안 긍정적인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돌아봤다.
"'이번 활동 망하면 어때. 좀 즐기면서 임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기대가 닿으면 또 도전할 수 있는 거고요.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 역시 저희가 긍정적이라 찍을 수 있었어요."
모큐멘터리 속 멤버들의 대사는 대부분이 애드리브였다. 상황만 공유가 되고 멤버들이 직접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특히 엠넷 걸그룹 결성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즌1 출신인 소희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말 팀에 합류, 제대로 된 팀 활동을 하지 못했다.
"꿈이 가수인데 무대에 서는 게 너무 목마르고…"라는 그녀의 말은 200% 진심이었다. "촬영을 하면서 울 뻔했다"고 고백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네이처 컴백이 어둡기만 한 성장 서사가 아니다. 네이처가 24일 오후 6시 음원사이트에 공개한 스페셜 싱글 '리카 리카(RICA RICA)'가 이를 대변한다. 2020년 6월 발매한 '네이처 월드: 코드 엠' 이후 신곡.
장윤정의 '어머나', 슈퍼주니어 T의 '로꾸거!!!' 등을 만든 윤명선이 작곡했다. 묵직하고 강렬한 아프로 비트 리듬 위에 강렬한 신스베이스가 가미된 곡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과 술래잡기를 하는 상황을 노래했다. 답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걱정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댄스곡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으로 똘똘 뭉친 멤버들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로하는 "우린 망한 그룹이 아닌데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를 찍어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초반에 들긴 했어요. 괜한 낙인이 찍힐까봐요. 하지만 이내 즐겁게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저희 모습이 어중간하게 찍히면 더 이상할 거 같다는 생각에 몰입을 했죠. 자극적인 제목으로 저희를 몰랐던 분들이 '네이처라는 그룹이 있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감사한 일이기도 해요. 하하."
네이처라는 팀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건, 자신들의 매력을 알릴 기회가 적었다고 판단, 공백기 동안 더 분주히 움직였다. 외국어 등 자기계발은 물론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에 계속해서 기본기를 다지기도"(하루) 했다.
로하는 "저희 매력을 아직 다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무한한 가능성이 넘치나는 팀인만큼 언제가는 알아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해왔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희가 에너지가 좋은 사람들인데 그동안 연습실에서만 방출이 됐어요. 그것이 긴 스트레스였는데 이제 무대에서 보여드릴 때가 됐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며 준비해온 만큼 설레요."
공백기 동안 멤버들끼리 더 돈독해졌다. 새봄은 "우정이 더 공고해졌고 팀 워크가 더 좋아졌어요. 이번 활동이 더 기대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또 팬들과의 소통도 멈추지 않았다. 작년 7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총 11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온라인 팬미팅 프로젝트 '워너 비 프렌즈 위드 네이처'를 진행했다. 루는 "해외 20개국 분들과 화상으로 팬미팅을 했는데, 전달해주시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면서 계속 저희를 기다려주신다는 걸 느꼈고 더 힘을 내게 됐다"고 긍정했다.
네이처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통해 '리카 리카'를 소장용 음반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달 8일이 프로젝트 마감날인데, 24일 현재 목표 금액의 87%를 달성했다.
소희는 "네이처에 들어와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안타깝게 공백기를 갖게 됐지만 그동안 오히려 더 건강한 마인드를 갖게 됐고 더 성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소희뿐만 아니라 네이처 멤버들은 모두 기대감에 부푼 상황이다. 음악방송 1위 등 이루고 싶은 목표도 무궁무진하다.
"어떤 콘셉트라도 저희는 다 소화할 수 있는 '무지개 같은 팀'이에요. 콘셉트 장인이 되고 싶어요. 또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가 아닌, '네이처 이대로 처 성공할 수밖에 없다'를 찍고 싶어요. 하하."(로하)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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