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뛰노는 고요한 제주 땅에···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코스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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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클럽나인브릿지는 고요하다.
데일은 설계를 의뢰한 CJ그룹과 함께 하일랜드 코스를 대표하는 글렌이글스를 찾았다.
그렇게 2001년 탄생한 클럽나인브릿지는 단숨에 국내를 대표하는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클럽나인브릿지는 원시 숲을 비롯한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코스만 살짝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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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천 보존한 채 전략 코스로 활용
그린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18번홀
자연의 웅장함 품은 '골프장 상징'
개장 4년만에 세계 100대 코스로
PGA·LPGA 정규대회 모두 열어
WCC로 세계 명문 클럽 문화 도입
제주 클럽나인브릿지는 고요하다. 꿩이 놀고 노루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설계가인 데이비드 데일은 지난 1996년 처음 이 땅을 봤을 때 완만한 구릉과 원시림이 조화를 이루는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를 떠올렸다. 데일은 설계를 의뢰한 CJ그룹과 함께 하일랜드 코스를 대표하는 글렌이글스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들은 클럽나인브릿지의 미래를 그렸다.
그렇게 2001년 탄생한 클럽나인브릿지는 단숨에 국내를 대표하는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한국 최초로 미국 골프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의 세계 100대 코스에도 진입했다.
클럽나인브릿지는 원시 숲을 비롯한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코스만 살짝 앉혔다. 예전부터 있던 기암과 계곡을 활용해 전략적인 코스로 만들었고 넓은 페어웨이와 숲, 호수의 조화를 통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홀마다 개성도 뚜렷하다.
처음 방문한 골퍼는 양탄자처럼 푹신푹신한 페어웨이에 먼저 차별점을 느낀다. 지금은 몇몇 골프장에서 도입을 했지만 페어웨이에 그린 잔디와 같은 벤트그래스를 식재한 것은 국내 최초였다. 벙커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개최를 계기로 스코틀랜드풍의 리베티드 스타일(직벽 형태)을 적용해 미적 완성도와 난도를 높였다.
아웃 코스인 크리크 코스에는 두 줄기의 건천이 있다. 건설의 편리성만 생각했다면 건천을 메웠을 수도 있지만 이를 보존했다. 3번(파5)과 4번 홀(파4)이 대표적이다. 두 홀 모두 건천을 넘겨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3번 홀 그린은 오르막이어서 어지간한 장타자가 아니면 2온이 쉽지 않다. 4번 홀은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져 있고 그린도 3단이어서 정교한 어프로치 샷이 필요하다.
하일랜드 코스는 장대하다. 11번과 15번 홀(이상 파4)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처럼 그린을 공유하고 있다. 17번 홀(파3)은 노루가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그린 앞 벙커 주변에서 잔디를 뜯거나 앉아서 쉬고 있는 노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미를 장식하는 18번 홀(파5)은 보상과 징벌이 명확한 곳으로 페어웨이 중간에 소위 ‘소렌스탐의 숲’이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때 안니카 소렌스탐이 티샷을 이곳에 집어넣은 끝에 보기를 범했다. 티샷을 숲 왼쪽 페어웨이로 보내면 2온을 노릴 수 있지만 숲이나 러프에 빠지지 않게 방향에 신경 써야 한다. 티샷을 숲 오른쪽 페어웨이로 보내면 안전하게 3온을 할 수 있으나 버디 확률은 그만큼 감소한다. 이 홀의 그린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다. 클럽하우스 옆길과 그린은 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이 아일랜드 그린과 다리는 클럽나인브릿지의 상징이 됐다. 코스에는 실제로는 여덟 개의 다리가 있는데 아홉 번째는 골퍼와 클럽을 이어주는 ‘마음의 다리’라는 게 골프장 측 설명이다.
클럽나인브릿지는 국내 프로골프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CJ나인브릿지 클래식이 치러졌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인 CJ컵의 무대가 됐다. PGA와 LPGA 투어 정규 대회 개최는 모두 국내 최초였다. 이를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도 알렸다. 세계 100대 코스들의 대항전인 월드클럽챔피언십(WCC)을 여덟 차례 열어 명문 클럽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회원의 명예와 가치·자긍심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게 클럽나인브릿지의 운영 철학이다.
◇서울경제 선정 ‘2021 한국 10대 골프장’
△핀크스(대상) △드비치(이하 가나다순) △베어크리크 △설해원 △안양 △우정힐스 △잭니클라우스 △클럽나인브릿지 △파인비치 △휘슬링락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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