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초중고 교부금 놔두고..대학 지원금 예산 요구하는 교육부

이종혁,이희조 2022. 1. 24. 1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몽니'에 산으로 가는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
기재부, 교육재정 개편 압박에
교육부 "세수연동 포기 못해
대학교부금 신설" 한술 더 떠
한해 내국세 300조원인데
교육 재정만 80조원 달할판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연간 수조 원씩 남아돌고 일선 초·중·고교의 예산 낭비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과 여당이 별도의 대학 지원용 고등교육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내국세의 20.79%를 법정비율로 떼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수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지만 교육부는 '현 제도는 그대로 두고 대학용 교부금을 추가로 신설하겠다'는 주장인 셈이다. 여권과 교육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현실화하면 매년 8조~9조원씩, 국내총생산(GDP)의 1.1%가 대학 재정에 별도로 투입된다.

24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접수돼 올해 입법 논의에 들어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대학노조 등 관련 단체도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등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신설을 위한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은 쉽게 말해 대학을 위한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다. 현행 법령은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부해 각 시·도 교육청에서 유치원, 초·중·고교 예산(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도록 하지만 대학은 교부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

현재 국회 논의 대기 중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법안은 연간 국내 GDP의 1.1%에 상당하는 액수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규정을 담았다. 특히 매년 GDP 대비 1.1%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교부율을 5년마다 대통령령으로 고칠 수 있도록 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이 실제 도입되면 연평균 8조8000억원이 넘는 세수가 오로지 대학 재정 지원을 위해 투입된다. 여당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추계를 보면 올해 8조2623억원에 이어 2026년까지 5년간 44조2792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을 주장하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올해 초 발표하며 힘을 실었다. 교육부 의뢰로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가 작성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방안' 보고서는 2025년까지 국공립대 재정 지원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국세의 5.78%를 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결론 맺었다.

만일 전국 국공립대를 서울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지원하고, 서울 주요 사립대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내국세 대비 교부율을 8.33~10.84%까지 높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가뜩이나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교육교부금 제도의 대수술을 요구했던 기재부는 여당과 교육부가 기존 제도는 놔둔 채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안을 추진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교육교부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5조5000억원 증액된 65조1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회계로 넘어오는 세계 잉여금을 더하면 교육교부금은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학용 교부금을 최소 8조원만 잡아도 올해 약 300조원 규모의 내국세 중 78조원이 교육 재정으로 빠지게 된다. 일선 학교는 학생 수가 감소해 2015~2019년 다 쓰지 못한 예산(이월·불용액 합계)만 31조원에 달하는데 교부금은 현장 수요와 상관없이 내국세에 연동돼 과잉 지급되면서 예산 누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현행 교부금 제도를 경제성장률이나 실질 교육 재정수요에 맞게 현실화하고, 남은 재정을 대학 교육과 지방 재정에 배분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실상 협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