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는 방역만, 의료는 지역 병원이 전담"..새 방역·의료 모델 시동 건 안성병원 가보니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2. 1. 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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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 24일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외래진료센터의 진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읍암시설이 갖춰진 진료 공간이 보인다. 김향미 기자

“사흘 전부터 기침과 목이 붓는 증상이 있었다고요. 그 정도 증상이라면 20대이고,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혹시 심해져도 우리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준비가 돼 있습니다. 매일 전화드릴 텐데, 그 외에도 증상이 악화될 땐 언제든 전화주시면 됩니다.”

24일 오전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임승관 원장(감염내과 분과전문의)이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안성병원은 보건복지부, 안성시와 함께 새로운 방역·의료체계 모델을 만들어 이날부터 실증사업에 들어갔다. 안성 모델은 보건소가 확진자 발생 이후 기초 역학조사·문진만 하고 환자 분류부터 병원이 맡는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수도권 환자의 병상 배정을 총괄했는데, 그렇다보니 중앙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보건소 업무가 가중됐다.

의사의 전화 업무에서 핵심은 ‘하루 한 통 전화’와 ‘외래’이다. 안성병원은 재택치료 환자를 저위험군·고위험군(팍스로비드 처방 기준)으로 나눈다. 저위험군의 경우 건강 모니터링 전화 횟수를 1회(기존 2회)로 줄였고, 관리의료기관의 모니터링을 받다 별도의 외래진료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안성병원에서 외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입원까지 가능하다. 임 원장은 “자원의 효율화이자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라고 했다. 질환이 생기면 가까운 지역 병원에 가 초진을 받고, 증상에 따라 지역 병원에서 외래를 보고 입원하는 체계다. 이 체계를 넘어서는 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한다.

안성은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오미크론 대응단계’를 우선 적용하기로 한 지역이다. 하루 30~5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현재 안성병원에서는 안성 외 경기 용인·광주시의 환자 일부를 담당하는데 이날 기준 420명(안성 193명, 용인 163명, 광주 64명)의 환자를 의사 6명(안성팀 3명, 용인·광주팀 3명), 간호사 34명(재택치료팀 25명, 외료진료센터팀 9명)이 맡고 있다. 이날부터 시작된 안성 모델의 또 다른 특이점은 ‘의사의 초진’이다. 정현주 내과 과장은 “전화 통화 방식이긴 하지만 의사가 한 번은 개입하게 돼 환자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확진자가 크게 나올 때 수도권은 병상 대기 중에 위험해진 환자도 있었다. 이 체제로 오미크론 유행을 맞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안성모델은 중앙난방을 개별난방으로 바꾼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24일 간호사들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의 건강 상태를 원격으로 살피는 업무를 보고 있다. 김향미 기자

안성보다 확진자 규모가 큰 대도시에서 이 모델을 바로 적용하긴 쉽지 않다. 외래·입원 시설을 갖춘 병원이 나서야 하고, 병원의 책임·역할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안성 모델에서도 동네의원이 참여하는 것은 설 연휴 이후로 예상된다. 임 원장은 “지자체별로 가진 의료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지자체장이 책임감을 갖고 지역 내에서 의료체계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소 업무량을 조정하고,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방역택시 확충 예산을 집행하는 등 지자체장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확진자 폭증에 대비하려면 동네의원의 참여가 관건이다. 정부는 우선 광주·전남·평택·안성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부터 코로나19 검사 및 진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그 수가 적은 데다, 동선 분리가 안 돼 감염 위험에 취약한 곳도 있다. 신속항원검사 후 양성이 나오면 곧바로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되는 곳도 있고, 선별진료소로 다시 검체를 보내야 하는 곳도 있다. 또 지역 병·의원급이라 주말과 심야 대응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는 일선 동네의원들이 참여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원급은 대개 공용 건물을 쓰고 있어서 감염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여건이 안 되는 의원은 제외한다고 하지만 그러면 참여 의원 수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당번제·진료지원센터 대응 등의 방법으로 5개 자치구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심야 응급콜에 대응할 의료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의원들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향미·민서영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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