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김다미 커플 실제 연애를 보는 듯 생생한 착각('그해우리는')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1. 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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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좋은 배우들이 살려낸 우정 로맨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로맨스 드라마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운명 로맨스, 또 하나는 우정 로맨스. 운명 로맨스는 알지 못하는 남녀가 운명처럼 끌려가는 서사이다. 혹은 처음에는 서로를 악당처럼 바라보다 끌리기도 한다. 두 남녀 중 한 사람은 현실에서 없을 법한 도깨비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우정 로맨스는 처음에는 그저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로 시작한다. 서로를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대가 마음에 들어와 버린다. 일상에서는 우정 로맨스의 경우가 좀 더 흔하다. 운명 로맨스는 현실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에서 흥할 때가 많다.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는 우정 로맨스의 톤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고교시절 열아홉의 전교 꼴등 최웅(최우식)과 전교 일등 국연수(김다미)는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짝이 된다. 이들은 서로 싸우다가 정이 들었다고 하기는 좀 어렵다. 처음에는 완전 반대인 서로의 성향 때문에 학을 떼지만, 촬영이 끝날 무렵 그들은 달라진다. 최웅과 국연수는 각각 상대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알 수 없는 부분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 그 알 수 없는 것들이 그들을 서로 보살피고 의지하게 만든다. 그것은 풋풋한 시절에만 싹틀 수 있는 사랑이다. 안전하게 조건을 걸고 시작하는, 혹은 무작정 욕망의 끌림으로 시작하는 사랑이 아니다. 서로의 나약한 내면을 발견하고 서로 함께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랑이다.

물론 <그 해 우리는>은 하이틴 우정 로맨스는 아니다. 그것은 과거이고 현재의 두 사람은 작별 후에 다시 서로 학을 떼는 사이로 돌아가 있다. <그 해 우리는>은 중간 중간 그들의 대학시절을 보여주며 행복했던 순간과 헤어질 수밖에 없던 상황들을 보여준다. 언뜻 ST형과 NF형의 연애 같은 국연수와 최웅의 과거 로맨스는 오히려 드라마 같지 않아서 더 좋고, 생생하고, 또 아프다. 실제로 자존심과 성격 차이, 타이밍의 문제로 헤어졌던 수많은 20대의 연애들과 비슷하므로. 특히 어른스럽고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과 어린아이 같고 감성적이지만 은근 속 깊은 사람의 연애를 겪은 사람이라면.

한편 <그 해 우리는>은 현재의 시점에서 또 하나의 다큐를 통해 29살의 홍보전문가 국연수와 일러스트레이터 최웅의 로맨스가 만들어지는 지점을 그려낸다. 서로 아쉬움이 남은 커플이, 그 아쉬움을 걷어내고 다시 다른 방식의 로맨스를 써가는 방식 또한 피식, 웃음이 나올 만큼 사랑스럽다.

또한 <그 해 우리는>은 주인공 최웅과 국연수 외에 둘의 친구이자 짝사랑 전문 김지웅(김성철)을 통해 소심하고 그늘진 연애감정을 그린다. 또 김지웅 외에도 여러 인물들 사이에 연애감정들이 싹텄다가 사라지거나, 꽃피거나 한다. <그 해 우리는>은 그 로맨스의 감정들을 격하게 그리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과 사랑이 엮인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란 잠시 마음에 붉은 홍조를 띄웠다가 금방 빛이 바라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그 해 우리는>은 이처럼 주인공 커플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런 순간의 감정들까지 현실적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

또 일상적이어서 극적인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대본을 살린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 또한 칭찬받을만하다. 영화 <마녀>에서 만난 김다미와 최우식은 <그 해 우리는>을 통해 열아홉부터 스물아홉까지의 시절을 연기하며, 그 시절의 일상적인 사랑 연기를 편안하게 소화해 냈다. 두 배우는 청순이나 멋짐 포인트 없이 일상의 대화만으로 얼마나 로맨스물이 사랑스러운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연인 사이에 느끼는 아주 사소한 감정의 비틀림도 정서적으로 잘 살려내면서, 실제 연애를 지켜보는 듯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해 우리는>에는 주인공들의 내레이션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로맨스극에서 극의 흐름이 깨지는 주인공들의 내레이션을 보았나. 하지만 김다미와 최우식 모두 인물의 속내를 담는 내레이션 연기에 탁월했다. 인물의 감정을 살리면서도 그 세대의 말투에 착 달라붙는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렇게 조곤조곤 마음에 와 닿는 내레이션을 들어본 드라마도 정말 오랜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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