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네 글자만 남은 대선, 언론이 사라졌다[플랫]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2022. 1.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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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젠더 갈등’이라는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이렇게 지칭되는 현상, 즉 성별 간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 온라인 공간에서의 적대가 극화되는 데 책임을 져야 할 주체 중 하나로 언론이 꼽히곤 한다. 표현의 문제로 성차별 문제의 의미를 축소하고, 하위문화적인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각종 표현을 공적으로 부각하여 이를 논란이라고 부르는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대통령 선거 보도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대선 보도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들이다.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 정책에 대한 숙의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 제공을 하지 않고 오로지 속보성이 저널리즘의 최우선 가치인 것처럼 경쟁하고 있다. 단일 취재원 중심 보도를 양산하는 것, 더 나아가 특정 인물의 SNS 메시지를 그대로 게시하는 기사가 늘어나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의 SNS 메시지를 분석과 논의 없이 전달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유도하는 양상이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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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의 메시지이니 그 자체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와 같은 메시지 게시 방식이 바로 선거운동 방식이기도 하다. 특정한 정동을 자극하여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고, 언론이 이를 신속하게 받아 증폭하는 것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폐지론이 나왔고 누군가 이에 찬성한다는 방식으로 프레이밍되면, 누구는 반대한다는 내용이 따라 나와야 한다. 이렇게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들어가면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누가 신속하게 ‘참전’하는지에 대한 속도전과 세력 경쟁으로 비화하게 되고 사실상 언론은 선거운동의 도구가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특정 의제에 대한 정보 유통이 반복되면 의제에 대한 숙의 과정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정책에 대한 비판적 숙의 없이 지지를 유지하는 유권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수의 유권자는 정치적 선택에서 정책 정보를 얻고 합리적 판단을 할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처럼 언론이 메시지 확산 도구에 불과하게 된다면 유권자들은 언론을 주요 정보원으로 신뢰하지 않게 될 수밖에 없다. 해당 메시지가 그렇게 신속하게 전달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일지, 아니면 여성가족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해당 메시지의 의미와 실효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보도가 필요했을지에 대해 언론사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았을까. 언론의 신뢰가 떨어지면 결국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그 신뢰의 빈틈을 메우게 된다. 이번에도 여성가족부 폐지 근거라면서 불확실하고 과장된 정보들이 유통되었고 언론이 이에 뒷북처럼 팩트체크로 대응하는 방식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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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에 대한 집단 내 차이는 물론 가려지는 다른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 역시 부족했다. 언론은 ‘젠더 갈등’이라는 말 속에서 ‘이대남’이라는 집단 구획에 몰두하여 남성 집단 내 차이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있고, 여성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축소되어 혹시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성평등과 관련된 목소리를 그저 소음이자 갈등으로만 처리해온 ‘젠더 갈등’ 프레임을 반복하는 가운데, 우리 헌법이 제시한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부서의 업무 범위와 필요성에 대한 실질적 정보에 기반한 숙의 과정이 사라지고 지지세력 경쟁만이 남았다.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저널리즘은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제공과 정책에 대한 맥락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해야 한다. 대선 보도에서 언론이 공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기반한 보도가 필요하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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