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신냉전과 '멸공'의 재인식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滅共)' 관련 게시글이 한동안 논란이 됐다.
그러나 정용진발(發) 멸공 논란은 경영자의 사회적 발언 문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정 부회장의 멸공과 정반대 지점에서 나온 발언이다.
정 부회장 멸공 발언으로 돌아가 보자.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회경 경제부 부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滅共)’ 관련 게시글이 한동안 논란이 됐다. 대기업 그룹 오너의 느닷없는 발언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장 친북친중 성향의 좌파 진영에서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등 날 선 반응이 튀어나왔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노조의 비판 성명을 다룬 기사를 캡처해 올리며 사과하는 선에서 멸공 논란은 마무리됐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미국 컨설팅회사 FTI 경영자의 사회적 발언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그 결과를 종합하면, 경영자가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회사 안팎에 자주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 생각은 회사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다만, 사회 문제와 달리 정치적 문제에 의견을 밝힐 때는 상대적으로 더 신중해야 한다 정도다.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용진발(發) 멸공 논란은 경영자의 사회적 발언 문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2012년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해 회자됐다. 소련 등 현실 사회주의가 20세기 말 붕괴했으며 전 세계가 자유무역 체제에 편입돼 하나로 돌아가고 있는데 공산당 운운하며 이념을 강조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부회장의 멸공과 정반대 지점에서 나온 발언이다. 좌파 진영에서 나온 비판 대부분과 궤를 같이한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 역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괜히 중국을 자극하는 건 국익에 반(反)하는 것 아니냐며 정 부회장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탈이념의 기반인 미·중 밀월이 깨지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체제의 균열 조짐이 상당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과거로 회귀할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으로서도 자유무역 체제에서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구상이 가시화될수록 미·중 경제 탈동조화 현상은 점점 강화될 것이며 이는 중국에 중간재 수출로 이득을 챙겼던 한국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북한과 대만을 매개로 점점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 안보 위기를 더하면 상황은 보다 숨 가쁘게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도 시효를 다해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안미경중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친중·친북임을 드러내는 행위다. “한국은 자신의 무덤 위에서 중국과 함께 춤을 출지 아니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선택해 미국의 핵우산을 머리 위에 유지할지를 물어야 한다”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말은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적확하게 보여준다. 정 부회장 멸공 발언으로 돌아가 보자. 외부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데도 멸공을 마냥 구닥다리 발언으로 치부할 것인가. 경영자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위정척사파의 후예’ 586세대 가운데 예외적으로 글로벌 정세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석희 아들 MBC 경력기자 합격…“부모가 누군지도 몰랐다”
- ‘安전판’ 딛고 윤석열 급반등…보수 유입 안철수서 재흡수
- 여직원과 바람난 뻔뻔 남편 “아이 데리고 집나가라!”
- “6억원에 당신 아이 사겠다”…마트 간 엄마 공포에 ‘덜덜’
- 윤석열 42% 이재명 36.8%…격차 더 벌어졌다
- 김건희 등판 임박?…프로필 사진 촬영현장 공개
- 존리 부자되는 비결 “자전거 출근, 신용카드 한개뿐”
- [단독]국산전투기 KF-21 현충일 낀 6월 둘째 주 초도 시험비행한다
- 윤석열 45.7% 이재명 34.7% 안철수 10% 허경영 2.6%
- 임영웅, 교통사고 환자 구했다 “심폐소생 응급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