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보다 헌집..집값 대장주 바뀌나

입력 2022. 1. 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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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연령대별 매매가 변동률 보니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기대
20년넘는 건물 0.03% 상승세 여전
대출규제 따른 구매력약화 등 영향
5년이하 신축은 0.03% 하락 전환

아파트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비교적 덜 올랐던 신축 아파트부터 속속 하락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통상 가격이 단기간 많이 오를수록 조정장에 먼저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신축 아파트의 경우 이미 가격이 비싸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구매력 약화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이달 세번째주(17일 기준) 수도권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2019년 6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셋째 주 하락 전환한 뒤 5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주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0.03% 상승했다. 전주(0.04%) 대비 오름폭은 줄었으나 우상향 곡선은 이어가는 모습이다. 가격 변동 폭이 작았던 서울만 봐도 5년 이하 아파트만 2주째 내림세를 보였다.

대상을 전국으로 넓혀도 신축 아파트만 하락세를 나타내는 흐름은 같았다. 전국의 5년 이하 아파트값은 지난 17일 -0.02%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셋째 주 내림세로 진입한 뒤 1월 둘째 주 보합으로 잠시 돌아섰으나 다시금 하락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반면 20년 초과 아파트는 같은 기간 0.04% 상승하며 전 연령대 중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감이 큰데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자의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쪼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축의 경우 대개 주거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는데 시장이 약세에 접어들 때 주거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기에 재건축·리모델링 등 개발 기대감도 한몫했다. 정부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고 여야 대선후보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책을 내세우고 있다. 개발 기대심리가 구축 아파트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작년 한 해 구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신축 아파트를 웃돈 바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16억4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최고가(16억8500만원)보다 4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입주 직후인 2019년 7월 10억원대였던 가격은 2년간 급등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하고 있다. 최고 18억원 선까지 치솟았던 시세는 현재 16억원 초반부터 형성돼 있다.

반면 같은 동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명일중앙하이츠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2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5개월 만에 1억4500만원 오른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매도호가는 최고 13억원대 후반까지 나와 있다. 신축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새 아파트로 재탄생하면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돼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로 수요자의 구매력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대출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신축을 사기 어려워지는데 이러한 수요 감소가 가격 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하락 추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시장이 약세에 접어들면 비싼 물건의 가격부터 조정되는 하향 평준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극심한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시장의 경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가격을 포함한 시장 전반의 흐름을 판가름할 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거래 소강상태에서 일부 급처분 물건만 가격이 조정돼 반영되고 있어 이를 두고 시장 상황이 어떻다고 해석하긴 어렵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여러 변수가 맞물려 있어 대다수가 관망하고 있다.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느냐는 3월 이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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