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우리'와 '악마인 저들'의 끝없는 대립.."분열 이기는 건 오직 사랑"

기자 2022. 1. 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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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아기상어(Baby Shark)가 일을 냈다.

유튜브 조회 수 100억 건 돌파의 주인공이 된 거다.

"그 재수 없는 인간들이 우리의 모든 걸 빼앗거나 파괴하고 있어." 원전(1961년)을 리메이크(2021년)한 뮤지컬영화라서 신곡 대신 귀에 익은 명곡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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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OST

새해 벽두에 아기상어(Baby Shark)가 일을 냈다. 유튜브 조회 수 100억 건 돌파의 주인공이 된 거다. 상어가 세계인을 놀라게 한 일은 1975년에도 있었다. “죠스가 나타났다” 영상 속 상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언제나 음악과 동행한다.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아기상어는 ‘뚜루루 뚜루’, 으스스 등을 오싹하게 만드는 식인상어는 ‘빠밤 빠밤’과 함께 등장한다.

“내 영화는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하지만 그걸 흘러내리게 하는 건 이 사람의 음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인정한 작곡가는 영화 ‘죠스’의 OST를 만든 존 윌리엄스다.(클래식 애호가 중에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과 일부 비슷하다는 지적도 한다). 일편단심 스필버그는 자신의 영화들에서 윌리엄스의 이름을 빠트리지 않았다.

이번엔 청소년음악회로 잘 알려진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다. 소년 시절 스필버그는 이 사람이 작곡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앨범(1957년)을 듣고 언젠가 이걸 영화로 만들어야지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60년 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금 이 이야기를 풀기에 적절한 시기다.” 감독 인터뷰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분열과 갈등은 오직 사랑으로 넘을 수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그 진리를 이 뮤지컬영화는 보여준다.” 영화 속 이탈리아계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그룹 샤크파는 편 가르기의 전형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은 ‘고결한 우리’, 반대편은 ‘악마인 저들’로 상정하고 끝없이 반목 대립한다. “그 재수 없는 인간들이 우리의 모든 걸 빼앗거나 파괴하고 있어.” 원전(1961년)을 리메이크(2021년)한 뮤지컬영화라서 신곡 대신 귀에 익은 명곡이 즐비하다. 가사엔 뉴욕의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미국에선 밝게 살 수 있지(Life can be bright in America) 네가 싸울 수만 있다면(If you can fight in America) 미국에서 사는 거 괜찮아(Life is all right in America) 네가 완전한 백인이라면(If you’re all white in America).’ 노래 제목 역시 ‘아메리카’다. 하지만 발코니의 사랑은 하룻밤에도 많은 걸 바꾼다. ‘오늘 밤에 모두 시작되었어(It all began tonight) 너를 본 순간 세상은 달라졌지(I saw you and the world went away)’(‘투나이트’ 중). 사랑에 빠지면 함성도 노래 같고 중얼거림도 기도처럼 들린다(Say it loud and there’s music playing, Say it soft and it’s almost like praying). 이 노래는 여주인공 이름(마리아)이 제목이다.

가장 좋아하는 OST를 묻는 말에 스필버그는 ‘어딘가’(Somewhere)라고 답했다. 노랫말 속에 그의 낙관이 스며 있다. ‘그 어딘가에서 우린 새로운 삶의 방식과 용서하는 법을 찾게 될 거야(Somewhere We’ll find a new way of living, We’ll find a way of forgiving). 영화에선 원작에 없던 발렌티나(주인공 토니가 일하는 가게 주인의 아내)가 부른다. 이 역을 맡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우 리타 모레노(1931년생)는 오리지널(1961년 작)에서 마리아의 오빠(베르나르드) 애인(아니타)역을 맡았었다. 스필버그가 작심하고 창조한 화합의 아이콘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기둥 줄기다. 갈라선 집단, 금지된 사랑은 지금도 곳곳에 널려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먹고 숨 고르기를 하자.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로 시작하는 양희은의 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수’와 ‘없는’을 떼지 말고 붙여서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이라고 읽으면 제로가 무한대로 변한다. 세상에 못 이뤄질 사랑은 없다. 영화의 포스터엔 진영(?)을 극복한 두 주인공의 기대와 소망이 적혀 있다. “우리를 위한 세상이 있을 거야.” 우리는 울(울타리), 짐승을 가둬 기르는 우리랑 어원이 같다. 우리끼리 잘 살면 그만이라고 문을 닫으면 언젠가 우리에 갇힌 승냥이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작가

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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