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2 ㅣ 고구마 말고 사이다가 필요해 ②

아이즈 ize 김수정(칼럼니스트) 2022. 1.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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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수정(칼럼니스트)

'며느라기2...ing', 사진제공='카카오TV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가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 2020년 제작된 '며느라기' 시즌1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원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며느리가 시가 식구들에게 예쁨받고 싶어 하는 시기인 '며느라기'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아들에게만 두툼한 생선 살을 올려주는 시어머니, 시가 식구들 사이에서 묘한 소외감을 느끼는 며느리의 모습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자 TV 밖 현실에서 매일 일어나는 리얼한 결혼 생활의 단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8일 첫 회가 공개된 '며느라기2...ing'(이하 '며느라기2')는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된 민사린(박하선 분)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과연 시즌2는 또 어떤 새로운 아젠다를 던질지, 어떤 디테일한 공감대로 시청자들을 한데 모으게 될지 적잖은 기대가 모아졌다. 

'며느라기2...ing', 사진제공=카카오TV

하지만 베일을 벗은 1회와 2회는 새롭다고 말하기엔 다소 힘든 구석들이 많았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생일상을 차리지 않았단 이유로 시어머니는 물론, 시가 이모님에게까지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설정은 전혀 현실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1회 내내 계속되는 생일상 타령에 솔직히 말하면 여러 번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그놈의 생일상'을 받고 싶어 하는 시가 어르신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이 과연 2022년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첫 에피소드로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맘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도 분노의 댓글들이 달릴 에피소드에, 민사린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시즌1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른바 K-며느리의 성장이라 말한다면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왜 성장은 며느리만 해야 하는 걸까. 남편과 시가는 성장 따위 하지 않아도 되고?

2회에서는 임신 폭풍전야(?)의 모습이 그려졌다. 시모 박기동(문희경 분)은 묘한 꿈을 꿈 뒤 이를 태몽이라 생각하고, 아침 댓바람부터 민사린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집에 좀 와라"라고 말한다. 그러고선 예쁘게 깎은 키위를 민사린에게 건넨 뒤, 그가 먹는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대뜸 임신 소식을 묻는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다면 그야말로 일주일 치 부부 싸움 수준이다. '며느라기2' 측은 "온 가족 앞 입덧 클리셰를 비틀었다"라고 설명했지만, 주말드라마와 현실 결혼 생활의 차이는 못 해도 5년, 아니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케케묵은 클리셰를 갖다 쓰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새로움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며느라기2'가 2022년 지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가운데, 2회 말미에서야 희미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 후 임신테스트기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망연자실 하는 사린과 대책 없이 기뻐하기만 하는 남편 구영(권율 분)의 모습이 대비된 것. 흔히 임신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일, 축복받아야 할 일로 여겨지지만 '임신'을 온전히 제 몸과 시간으로 관통해야 할 여성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3회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커리어 앞에서 고민하는 현실적인 모습을 지긋이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에 반해 걱정 없이 마냥 행복해하는 남편의 모습도 함께. 

'며느라기2...ing', 사진제공=카카오TV

임신의 준비와 과정, 이후 육아 전반에 걸쳐 여성이 겪어야 할 희생과 고민은 단순히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기엔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아마도 민사린은 임신을 알게 된 후 기쁨보다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일말의 후회와 그로 인한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임신 초기부터 여성은 이 엄청난 마음의 폭풍을 짊어져야 하지만 세상은 아직 너무도 무례하고 무심하다. 

부디 '며느라기2'가 예비 워킹맘 민사린의 지혜롭고 당찬 발걸음을 그려주길 바란다. 애써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여성들에게 '역시 결혼은 여자한테 손해야', '워킹맘은 이래서 안 돼', '육아는 지옥이야'라는 또 다른 꼬리표만 붙게 될까 봐 솔직히 조금은 우려가 된다. 그리고 또 부디, 드라마가 건넬 새로운 목소리가 조용히 속 끓고 지내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길, 이를 통해 민사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성장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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