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율리 "이준호와 마지막 독대, 눈맞춤 의미는.." [인터뷰+]
능력 있고 의리 있는 궁녀
섬세한 연기, 활력소 활약
전문직 아버지를 둔, 금전적으로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커리어를 가졌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배경희는 그런 인물이었고, 신예 하율리는 신인답지 않은 섬세한 감성으로 자신만의 색깔로 배경희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궁중 로맨스를 담았다. 의빈 성씨와 정조의 로맨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 배경희는 훗날 의빈 성씨가 되는 성덕임(이세영)의 궁녀 동무다. 의빈 성씨가 궁녀 시절 청선공주, 청연공주 등과 함께 필사한 고전소설 '곽장양문록'에 영희, 복연 등과 함께 실제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배경희는 부유한 역관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빼어난 손재주로 빈궁의 침방 나인이 됐다. 여기에 외모까지 빼어나 요즘 말로 '사기 캐릭터'다.
필터링 없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다른 사람 험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면전에 대고 "얼굴도 못생긴 게 꼴값"이라고 말하며 '싸움닭'으로 불리지만, 누구보다 친구들을 사랑하고 의리를 지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늙으면 함께 궐 밖으로 나가 같이 살자"고 맹세했던 동무들이 모두 숨을 거둔 후, 홀로 살아 남아 궁녀 서열 1위인 제조상궁 자리까지 오른 배경희는 정조(이준호)의 의빈 성씨에 대한 마음을 마지막까지 확인하던 인물이었다. "마지막 방송을 보며 펑펑 울었다"던 하율리는 "특히 (의빈 성씨의) 마지막 유물을 정리할 때 많이 울었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은 미리 마무리가 됐지만, 마지막 방송이 끝날 때까지 경희를 보내주고 싶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붙잡고 촬영한 걸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를 정리하고, 부족한 것들을 체크하고 있어요."
매 촬영을 끝날 때마다 연출자의 디렉팅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조언, 그때의 컨디션까지 기록해 놓는 꼼꼼함을 발휘하는 하율리이지만 "MBTI는 INFP"라고 밝혀 더욱 놀라움을 줬다. 하율리는 "연기만 꼼꼼하게 계획적으로 할 뿐, 그 외엔 항상 누워있고,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밝고 유쾌하지만 한마디한마디 신중하게 내뱉는 하율리의 모습은 왕 앞에서도 거침없이 눈을 맞추며 할 말을 하던 배경희와는 전혀 달랐다. 하율리도 "저 역시 경희의 모습을 보며 깜짝깜짝 놀랐다"면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희는 시원시원한 해결사 같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게 그만의 우정이자 소통 방식이라고 이해했죠. 정조와 독대를 할 때에도 궁녀가 왕의 눈을 마주치는 건 큰 일이지만, 경희라면 그동안 친구를 찾이 않았던 왕에게 화가 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배경희를 포함해 의빈 성씨의 궁녀 친구들도 '궁녀즈'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촬영장 밖에서도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만들고,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운동을 함께하는 등 정기 모임을 갖자고 약속했을 정도.
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한동안 SNS가 알려지지 않았던 하율리가 비공개 계정을 공개로 전환한 것도 "다들 하니까 저도 끼고 싶어서"였다고. "기계도 잘 못 다루고, SNS를 오픈할 생각도 없었다"는 하율리는 "오픈하고 나서 노래를 듣고 있는데, '팔로우' 알람이 계속 와서 노래가 안 들렸다. 포털에 '알람 끄는 법'을 검색해 껐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비공개로 계정이 있을 땐 10명 안팎이었어요. 저희 친언니와 주변 친구들만 있었죠. 오픈 후 얼마 안 돼 6000명이 됐더라고요. 친구들이 '이게 무슨 계정이냐'며 놀리기도 하는데, 사랑받고 있구나 싶었죠."
지난해 SBS '홍천기'를 시작으로 MBC '옷소매 붉은 끝동'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단아한 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은 하율리다. 이제 연기자로서 한걸음 내디딘 하율리는 "진실하고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느와르 장르를 좋아해서 ''느와르 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먼저더라고요. 어떤 역할이든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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