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치솟는데 수출비중 25% 중국마저 흔들..韓 무역수지 가시밭길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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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장률 작년 8%에서 올해 4~5%대 '뚝'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25.2% 중국 향해
90달러 접근한 국제유가에 환율 리스크까지
올해 무역수지 적자 흐름 지속 가능성 커져
작년 12월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도시 전체가 봉쇄된 중국 북서부 산시성 시안에서 한 여성이 한산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안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한국 기업 200여개가 진출했다. 시안시는 최근 대중교통 운행을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 AP 연합뉴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무역 환경이 임인년 새해부터 악화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과 수출 운임 상승, 원·부자재 가격 급등,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온갖 악재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갈길 바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를 흔들고 있어서다. 작년 12월 2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무역수지는 올해 1월에도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확정되면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마저 올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우리나라 연간 수출의 25%를 흡수하는 나라다. 중국 경제의 위기가 곧 한국 수출의 위기라는 의미다. 한국의 부품·소재와 중간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미국·일본보다 높다. 중국 과잉 의존도는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직원이 컨테이너가 적재된 선박 옆을 지나가고 있다. / AP 연합뉴스

◇ 중국 성장률 1%P 떨어질 때 한국 0.5%P 하락 압력

24일 정부와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대비 0.7%포인트(P) 낮춘 5.1%로 발표했다. 세계은행(WB)은 작년 10월 5.4%로 제시했던 중국 성장률 전망을 지난달 5.1%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중국 경제 전망치는 더 박하다. JP모건은 4.9%, 골드만삭스는 4.3%를 각각 내놓았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은 8.1%였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 등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에 전력난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했다. 녹록지 않은 경기 분위기를 증명하듯 다른 나라가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때 중국은 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느려지면 한국은 그 여파를 정통으로 맞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6444억달러인데, 이 중 25.2%인 1629억달러가 중국을 향했다. 한국이 수출 제품을 만들 때 쓰는 각종 원·부자재의 중국 의존도도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 분야에서 한국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29.3%로 일본(28.9%)과 미국(12.9%)보다 높았다. 중간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2019년 기준) 역시 27.3%로 일본(19.8%)과 미국(8.1%)을 크게 앞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 성장률에는 0.5%P의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인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두 나라 경제의 연관성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 둔화는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유가도 환율도 쉽지 않은 교역 여건

문제는 중국 경제 둔화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갉아먹는 수입물가 상승 요인이 곳곳에 산적했다는 점이다. 어느새 90달러에 근접한 국제유가가 대표적이다. 1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92% 오른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됐다. 2014년 10월 8일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가 상승은 수입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의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38.4%(111억1000만달러) 증가한 401억달러로 집계됐다. 원유(96.0%)·가스(228.7%)·석유제품(85.7%)·석탄(207.0%) 등의 수입액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이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56억3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매년 1월 1~20일과 비교)의 적자다.

1200원을 위협하는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흐름도 무역수지에 우호적이지 않다.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일부 호재로 작용할 순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 금액은 130억6000만달러였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6억달러 급증한 것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의 자금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8.2%로, 달러인덱스(6.3%)를 웃돌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언급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교역 조건과 경상수지 악화 등을 통해 한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환율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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