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우의 바람] 화산이 폭발했다

한겨레 2022. 1. 2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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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뭉크(Edvard Munch)의 <절규> 를 본 것은 몇년 전 대영박물관에서였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은 화산폭발지수가 6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카타우 화산도 전 지구 기온을 1도 이상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도 통가 화산은 전 지구 기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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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의 바람]

해저화산 폭발이 야기한 쓰나미가 덮친 통가 해변. 소셜미디어 갈무리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화가 뭉크(Edvard Munch)의 <절규>를 본 것은 몇년 전 대영박물관에서였다. 전시관 전면에 커다랗게 쓰인 Munch. 이름을 보고도 누군지 몰랐다. 부끄럽게도 ‘먼치’라는 현대 미술 작가인 줄 알았다. <절규>를 보고서야 ‘뭉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림 속 사내는 놀란 혹은 고통스러운 표정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다. 해골 같은 얼굴의 이 사내 뒤편에는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새빨간 하늘. 빨갛다 못해 핏빛의 하늘은 짙푸른 피오르 해안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절규>의 핏빛 하늘은 흔히 뭉크의 개인적인 경험과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뭉크가 실제로 핏빛 하늘을 봤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절규>가 처음 공개된 것은 1893년이었다. 그보다 10년 앞서 강력한 화산이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섬에서 폭발했다. 섬 대부분이 바닷속으로 사라졌고 수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폭발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십㎞ 높이까지 화산재가 날아올라갔다고 한다. 이렇게 높이 올라간 화산재는 바람을 따라 북유럽까지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해 질 녘 새빨간 노을을 만들었을 수 있다. 실제로 거대한 산불이 발생하면 그 재로 인해 하늘이 새빨갛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뭉크가 생각난 것은 순전히 뉴스 속보 때문이었다. 이름도 낯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 그곳에서 강력한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훙가통가-훙가하아파이 화산. 이름도 어려운 이 화산의 폭발 영상과 폭발로 인한 피해 사진은 <절규>가 떠오를 만큼 참혹했다. 화산이 분화한 섬에서 고작 65㎞ 떨어져 있는 이 나라의 수도는 온통 화산재로 뒤덮였다. 15m가 넘는 지진해일로 인해 많은 실종자가 발생했고, 다행히 화를 면한 사람들도 사라져버린 집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인구 10만여명의 평화로웠던 섬나라는 이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고작 8분간의 분화는 섬을 완전히 집어삼켜버렸다. 그리고 태평양 연안 많은 나라에 크고 작은 상흔을 남겼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화산 폭발 자체는 뚜렷이 관측되었다. 전국 곳곳의 기상관측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압이 크게 요동쳤던 것이다.

화산의 강도는 보통 0부터 8까지의 화산폭발지수로 표현된다. 가장 강력한 지수8 화산은 1조㎥의 화산 쇄설물이 분출되고 높이 20㎞ 이상의 화산 구름이 발생하는 초대형 화산이다. 1조㎥? 올림픽 수영장을 가정한다면, 수영장 5억개에 가득 찬 물만큼 화산 쇄설물이 쏟아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 1000년간 지수8의 초대형 화산은 한번도 관측되지 않았다.

통가 화산은 금세기 가장 강력한 화산으로 기록되었다. 화산폭발지수는 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좀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위성 영상만 보더라도 강력한 화산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화산 구름만 20㎞ 가까이 치솟았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은 화산폭발지수가 6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강력한 화산은 전 지구 기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관측 자료가 존재하는 지수6 화산으로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있다. 피나투보 화산은 폭발과 함께 다량의 화산재를 수십㎞ 하늘로 올려 보냈다. 이 화산재는 수년 동안 높은 하늘에 머무르면서 햇빛을 반사시켜 전 지구 기온을 떨어뜨렸다. 크라카타우 화산도 전 지구 기온을 1도 이상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도 통가 화산은 전 지구 기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궁금하다. <절규>의 핏빛 하늘은 정말 크라카타우 화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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