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포스트모더니즘의 작은 흑역사

최윤필 2022. 1. 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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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출신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 앨런 소칼(Alan Sokal, 1955.1.24~)이 1996년 듀크대 사회문화 인문학술지 '소셜 텍스트(Social Text)'에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위하여'란 제목의 논문을 기고했다.

지난 세기를 풍미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론적 입장을 중시하던 '소셜 텍스트'는 연구 독창성을 격려하자는 취지로 게재 논문의 동료평가를 시행하지 않았고, 소칼은 미국 굴지의 '쿠란트응용수학연구소'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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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소칼 사건
'소칼 사건'이라 불리는 지적 도발로 지난 세기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지적 상대주의'에 주먹을 날린 뉴욕대 물리학자 앨런 소칼. 위키피디아

하버드 출신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 앨런 소칼(Alan Sokal, 1955.1.24~)이 1996년 듀크대 사회문화 인문학술지 '소셜 텍스트(Social Text)'에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위하여'란 제목의 논문을 기고했다. 지난 세기를 풍미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론적 입장을 중시하던 '소셜 텍스트'는 연구 독창성을 격려하자는 취지로 게재 논문의 동료평가를 시행하지 않았고, 소칼은 미국 굴지의 '쿠란트응용수학연구소'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였다. 소칼의 논문은 그해 봄·여름 '과학전쟁' 특별호에 수록됐다.

학술지 출판 시점에 맞춰 소칼은 미국 지식문예잡지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5월호에 '문화연구에 대한 어느 물리학자의 실험'이란 에세이를 발표했다. '소셜 텍스트'에 실린 자신의 논문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아무 말 대잔치'이며,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계의 반지성적 풍토를 풍자하고자 벌인 '지적 실험'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난해한 수학·물리학 개념을 현란하게 동원하며 쓴 논문에 그는 잡지 편집진의 구미에 맞춰 "물리적 현실에 대한 우리의 관념뿐 아니라 물리 현상 자체도 뼈대는 사회적 언어적 구성물"이라는 얼토당토않는 견해를 제시했다. 지적 상대주의가 의심하는 과학적·객관적 지식을 일류 물리학자가 스스로 회의한 거였다.

망신을 당한 '소셜 텍스트' 측은 소칼의 '실험'을 '지적 사기'라고 맹비난했고, 인문학계와 일부 과학계도 소칼의 도발이 철학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서 비롯된 선정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이 부실하고 부적절한 과학적 개념을 동원해 진리의 상대성을 옹호함으로써 먼저 자연과학을 도발한 데 대한 유쾌한 응징이라는 옹호론이 우세했다. 소칼은 자신의 목표는 (철학 문학이론 진영의 왜곡이 별 위협은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과학의 방어가 아니라 진지한 철학적 좌파를 옹호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해 '이그노벨상 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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