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문 소방위 "30년 소방관 인생, 시에 담았어요"
[경향신문]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 펴내
판매 수익금, 소방관 유족에 기부
‘황색선을 넘나들어/ 검붉은 안개 속으로/ 갸날픈 수관에서 호흡을 기댄 채/ 작다란 신음 속으로 몸을 던져’(시 ‘황색선을 넘나들며’).
민병문 소방위(60·사진)가 지난해 6월 출간한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에 나오는 구절이다. 황색선을 넘는 것은 출동한 소방차·구급차가 긴급한 상황 속 도로의 중앙선(황색선)을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자칫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방관은 짧은 순간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소방관의 판단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모든 순간은 고민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1년 임관해 지난 30년 넘게 현장을 누빈 베테랑 소방관이다. 오는 6월 정년을 앞두고 과천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집에는 그가 소방관으로서 겪었던 일들을 담은 시 53편이 수록됐다.
화재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은 시의 소재가 됐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서 화재를 진압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한동안 심한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당시 경험들을 시로 표현했다. ‘3년을 하루같이/ 4계절을 돌침대에 잠을 청하고/ 자전거로 출근하며 뭉친 곳을 풀어/ 지금도 그 흔적은 나와 호흡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황색선을 넘나들며>를 출간했다. 지금까지 그의 통장에는 책 판매금과 원고 청탁료 등으로 1100만원이 들어왔고 이 중 2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한 푼도 허투루 쓸 생각이 없다”면서 “모두 소방관들을 위해 쓸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병으로 쓰러진 소방관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기부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도 계속 기탁자를 찾고 있다. “소방관으로 일하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병을 얻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과 달리, 직무로 인해 병을 얻었다는 것은 증명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도움을 못 받죠. 저는 이런 ‘사각지대’를 챙기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의 소방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더 대우받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도 불을 보면 무섭죠. 그런데 그 불구덩이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소방관들의 사명이니까요.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실수록 소방관의 처우는 더 좋아질 거예요.”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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